-직장에서 만난 사람들1
친구 A가 퇴사를 결심했다.
A는 평소 무엇이든 무난하게 잘 견디는 성격이었다. 불평불만은 좀 있지만, 무엇이든 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였으며 포기하는 걸 싫어했다. 잘 하고자 하는 욕심이 커서 무슨 일이든 나서서 하는 편이었고, 자기 만의 스타일이 있는 지라 조금 고집스러워도 누구보다 결과물이 좋았다. 학창 시절 A와 함께 일하며 부딪힌 적도 많았지만, A가 똑부러지게 일 잘햐는 친구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 A가 퇴사를 결심했다.
A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상사가 X같아서.
A는 평소 사람 때문에 무언 갈 그만두는 걸 나약하다 여겼다. 오만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이었다. A는 늘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으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이었다. 친화력 또한 좋은 덕에 누구든 금방 친해졌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빨리 상사의 호감을 얻는 방법을 터득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간 관계를 쌓아 올려 갔다.
A가 말했다. 자조 섞인 표정으로. 정말 그럴 줄 알았다고. 일이 어려워서 그만둘 수는 있어도, 사람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는 거라고. 사람을 못 견뎌서 그만 두는 사람은 한심하다고.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 A가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상사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상사 B는 어쩌면 평범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회사 사람들이 보기에는 능력 좋은 동료, 후배, 선배이고, 가정에서는 성실한 가장, 그리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인기 많은 친구일 지도 모른다. 실제로 B는 이례적인 실적으로 회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직원이다. 때문에 어르신들 눈에는 그저 좋아 보일 따름이다.
B가 신입 교육을 빡세게 시키나보군.
누군가에겐 정말 좋은 사람인 B가 A에게는 언제나 180도 돌변했다. 늦은 저녁 시간 퇴근 후 전화를 거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다. 주말, 휴일할 것 없이 전화가 왔고, 늘 도를 넘긴 폭언을 일 삼았다. 사생활 침해도 언제나 따라 붙었다. 개인적인 약속을 만드는 것 하나 하나 트집을 잡고 간섭을 해대었다. 그러곤 늘 덧붙이는 말.
야 이 XXXX야, 나 때는 너처럼 구는 거 상상도 못 했어.
B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무엇이 문제인 걸까?
B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C : B한테 정신병이 있는 거 아닐까? 이 정도면 상식 선에서 벗어난 수준 아닌가.
평범한 인턴사원 C의 답변이다.
실제로 B는 A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퇴근 후 전화 내용 중 "내가 고생 하니 너도 고생해야 한다"라는 뉘앙스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B의 폭언이 결혼 및 출산 이후로 더욱 심해졌다는 점 또한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C의 답변은 모든 걸 설명하기엔 약간 부족한 감이 있다. A를 제외한 모든 주변 인물들은 B를 "멀쩡한" 사람으로 본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멀쩡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
물론 정신 질환의 유무는 이 두 가지로만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어찌되었든 B는 A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비상식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D : A가 잘못한 거 아닐까? B가 그렇게 하는 걸 다 받아주니까 그렇지.
이 말에는 어폐가 있다.
다 받아주든 말든 어찌되었든 정도를 알고 멈추었어야 했던 사람은 B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했던 사람 또한 B다.
그럼에도, B가 상식 밖으로까지 행동 했던 이유 중 하나 정도는 될 것 같다. 어찌되었든 B가 지속적으로 폭언을 일삼을 때 A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사람이 누울 자리도 보고 눕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 '누울 자리' 정도는 마련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쭉 이유를 둘러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딱 맞는 정답처럼 보이진 않는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저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일 뿐이다.
그 사람이 왜 그럴까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여도, 사고 방향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옛말에, 왜,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선조들도 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일찍이 깨닫고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저, 업무는 해결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은 해결도 할 수 없는 것처럼.
A가 지친 나머지 퇴사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