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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방의불빛 Mar 20. 2019

어쩌면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 같은 마음으로...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도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었다."


이런 말을 가슴에 새기고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휴일에도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혼자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것, 저것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하고 건강보조식품을 먹어 가며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곤 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가로운 날이라도 생기면 등산이라도 다녀와서 몸을 힘들게 하고 나서야 그날 밤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우리의 삶은 어딘가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학창 시절 교과서 앞부분에 어김없이 인쇄돼 있던 국민교육헌장의 내용처럼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예전에 크게 성공했던 어느 금융회사의 상품명처럼 3억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서른이라는 나이를 한참 넘긴 후에야 깨닫게 됐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자면 우리는 ‘세상에 툭 내던져진 존재'에 불과하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또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역사상 수많은 성인과 철학자들이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려놓았으니까. '매 순간을 만끽하라', '카르페 디엠', '몸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게 하라'  모두 같은 말이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좋은 것처럼 인생의 시간표에 따른 그때그때의 감흥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휴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허비(?) 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편안하게 낮잠을 자기도 한다.

아직도 가끔 머리에서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야!", "경쟁자들은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마음에서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왜 욕심을 부려", "언제까지 경쟁만 하고 살 건데" 이렇게 말을 한다.


어쨌든 지금이 더 즐겁고 유쾌한 건 확실하다.




기상과 함께 듣는 호로비츠의 피아노 선율과

아침 출근길에 얼굴에 와 닿는 시원한 공기의 느낌, 사무실 근처 가로수 나뭇잎들의 반짝임, 식당 아주머니가 점심으로 해 주신 맛있는 올갱이국, 어둑어둑한 퇴근길에 만나는 차분한 거리.


어떤 이는 숲만 보지 말고 그 속에 있는 나무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평생 숲만 보면서 살고 싶다. 천상병 시인처럼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고 싶다.


어쩌면 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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