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업하는가?

by 황인승

사람들을 만나면 왜 사업을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업을 하지 않고 살았을 삶과 비교해보면 기회비용, 자산 축적, 체력, 기타 삶의 부가적인 즐거움 면에서 오히려 지금의 삶이 때론 더 보잘것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에겐, ROI가 제대로 나오기 어려운 극한의 확률을 선택하는 나같은 사람을 이해하는게 어려운 문제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외국계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회사생활을 즐겁게 그리고 성과도 잘 내긴 했지만,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회사에서의 내 미래는 너무 뻔해보였고, 내 노력과 성과에 비해 보상은 보잘 것 없어 보였다. 내가 직접 하면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강한 (어리석은) 생각이 있었고, 마침 아이템도 생기고 정부지원사업도 된 김에 냅다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코로나와 함께 유동성의 시기를 거치며, 유니콘이 되는 다른 회사들을 부러운 맘으로 보았다. '쟤는 하는데 나는 왜 못해' 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유니콘이 되기 위해' 도전한 많은 과제들이 모두 실패로 끊나고, 구조조정과 부채, 실패에 대한 상처까지 가슴에 깊게 새기게 되었다.


2022년은 나에게 특별히 힘든 한 해였는데, 하반기의 많은 날들을 밤마다 수없이 산책하며 보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고민하던 어느 날, 지난 5년간 내가 원했던 것은 '영앤리치' 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신이 있고, 내 삶에 부여한 미션이 있다면, 그게 결코 '영앤리치의 삶'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주와 리워드


폰비의 창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대표님과 수시로 교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사람, 돈, 비즈니스모델, 우주, 철학, 종교, 개인사 등 주제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폰비 창업 초기에 나눈 대화 중 인상적이었던 코멘트가 있다.


사업과 투자를 통해 부를 이룬 그 대표님은 '우리는 우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그에 대한 리워드를 얻는다' 라는 프레임워크로 사업과 투자를 바라보신다. 우주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개별 구성원은 그 방향에 기여를 하는데 (혹은 못하는데) 그 기여에 따라 우주가 우리에게 리워드를 준다는 개념이다.


삶의 방정식


신학과를 나와 엔터 사업을 하는 (대학) 선배 창업가는 언젠가 둘이 나눈 대화에서 '삶의 방정식'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사람마다 방정식이 주어지고, 그 방정식의 미지수는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x와 y만 풀면 되지만, 어떤 사람은 미지수가 30개라 남보다 훨씬 많은 29개를 풀어도 1개를 못풀면 인생의 방정식을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대화를 통해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보다 내 삶의 방정식이 어떤 형태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내 삶의 미션


나는 이 대화들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정말 신이 있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개별 인간에게 다른 방식의 미션을 주셨다고 믿는다. 어떤 이의 미션은 가정을 꾸리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일 수 있고, 어떤 이의 미션을 기술을 발전시켜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감히 신의 모든 뜻을 이해해서, '내 삶의 미션이 무엇이다'라고 정의할 순 없다. 하지만 내 삶과 사업의 방향성이 궁극적으론 -삶의 미션을 찾아 끊임 없이 방향을 수정하고, 노력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 이라는 것은 이제 알겠다.


하루 하루 살아가기


어느 퇴근길에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하루를 살아갈 때, 내가 '내 삶의 미션'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을 느낀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동기부여 연설가 조코 윌링크의 말처럼, 나는 동기부여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규율과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애쓰는 마음'은 믿는다.


그럼 다시 돌아가보자. 나는 왜 사업을 하는가? 나에게 사업이라는 것은 내 삶의 미션을 찾아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만드는 수단이자 과제이다.


사업가로서 아직 내가 가진 욕망은 좋은 제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고용도 하지 않고, 탈세도 하지 않고, 감옥도 가지 않고, 즐겁게 살다 마무리 하자는 수준이다.

가끔은 이런 나의 생각이 특정 시장을 혁신하고, 화성에 가겠다는 비전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어쩌면 거창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아직 (혹은 태생적으로) 내 그릇이 작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가슴 속 깊은 확신은 늘 내게 말한다.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거창한 비전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기 마련이고, 그 어떤 동기부여나 거창한 말보다 하루하루의 다지는 노력이 궁극적으론 강력하다고. 나는 큰 목표를 바라보며, 내가 믿는 방식으로 내 방정식을 풀며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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