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 명상 그리고 마음 다스리기
(뜬금없지만..) 강아지 키우고 싶다.
가끔 집에서 혼자 쓸쓸할때 유튜브로 강아지 나오는 영상을 본다. 강형욱 선생님이 강아지 교육시키는 영상이나, 귀여운 강아지들이 재롱 떠는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 한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강아지들을 비대면으로 관찰하면서, 개의 중요한 특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아무리 훈련이 잘된 개라 할 지라도, 개의 본성이나 해당 개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온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유기견이 검은옷을 입은 남성에게 학대 당한 상처를 안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개는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검은옷 남성을 연상시키는 대상을 보면 공격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유튜브로 본 내 짧은 지식이라 틀릴 수 있으나) 이러한 개들을 다루기 위해 최대한 검은옷 남성을 연상시키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간식과 같은 긍정적 대상으로 주의를 환기시켜 문제를 막을 순 있으나, 근본적 트라우마 치료는 어렵다.
내 마음에도 개가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검은옷 남성'을 만나 감정적 영향을 받고, 방어적-공격적 반응 매커니즘을 형성했다. 이러한 개를 방어기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방어기제는 우릴 지켜주기도 하고, 때론 우릴 망치기도 한다.
큰 변화가 필요 없는 평온한 인생을 산다면, 굳이 내 삶을 건드는 방어기제를 들춰내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피하고, 다른 곳으로 주위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내가 정신분석 심리 상담을 받기 전, 심리상담가로 일하는 지인이 내게 해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이 잘 살고 있다면 정신분석을 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주었다)
나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개보다 훨씬 풍부하기에, 나쁜 기억은 검은 옷 - 검은 색 - 옷, 남성 - 사람 - 물체 등으로 확장된다. 개의 방어기제 매커니즘은 짖거나 무는 정도지만, 나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꼬인 형태로 발현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어떤 상황을 영영 망쳐버리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어느 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대표이사로서 보다 온전한 사업적 판단을 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선 방어기제를 끊어내야 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키고, 더 큰 인격체로의 성장을 위해 내 안의 개-방어기제-사고 매커니즘을 철저하게 해체하고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인 명상 이야기를 하기 전에, 헬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약 3년 전부터 주3-4회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유튜브로 다양한 보디빌더들의 운동 영상을 즐겨본다. 뛰어난 보디빌더일수록, 근육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느끼는 '마인드-머슬 커넥션'이 발달했다. 마인드-머슬 커넥션이 발달할 수록 같은 운동에서도 그립과 각도의 변경만으로 타겟 부위를 완전히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뛰어난 보디빌더는 '근육 부위의 자극과 움직임'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남들보다 효율적으로 근성장을 이룰 수 있다.
명상은 마치 보디빌더가 근육의 자극을 인지하듯, 내 사고의 매커니즘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내 발작버튼, 내 약점, 내 안의 개를 찾아내고, 어떤 상황에서 나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지 인지한다.
어려운 과제를 만났을 땐 거의 매일, 평온할 때는 주에 2-3회 정도 명상을 한다. 성공적인 명상을 한 날에는 눈물이 난다. 그런 날에는 내 '감정 매커니즘'이 머리속에서 시각화되어 마치 강가에 흘러가듯 둥둥 떠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하나의 '개'를 떠나보내고, 또 다른 '개'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연속한다.
앞서 한 글에서 '인생의 방정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람마다 방정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경영자에게 나와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적어도 나의 방정식에선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CEO로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의 첫걸음이다.
세상의 많은 의사결정이 옳고 그름, 유불리, 나의(또는 우리) 강약점 정도만 고려해서 판단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천재가 아니었다. 그 탓에 아주 훌륭한 의사결정의 천재가 되는 노력은 나의 주요 연마포인트가 아니었다. 나는 오랜시간 동안 '내 안의 개' 때문에 크게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끔은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나고 두려운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고 하는 의사결정은 필히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고, 우연히 적중했다 하더라도 훗날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 어떤 날에는 나의 아주 사소한 행동들에서 새로운 '내 안의 개'를 만나기도 한다. 가벼운 대화, 농담, 술자리, 의사결정 등에 어김없이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삼가고 조심해도 어김없이 실수를 저지르는 게 인간인데, 늘 쫓기고 아슬아슬한 삶을 사는 스타트업 CEO에겐 일상이 실수 투성이다.
다만 종교 수행자도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하루를 돌아보고 반발자국 씩이라도 자신을 수정해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강명한 리더가 되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또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이 이토록 어렵기에 공자, 맹자, 노자 모두 수신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더불어, 내 안의 개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저로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도덕경 제33장
지인자지(知人者智), 자지자명(自知者明).
승인자유력(勝人者有力), 자승자강(自勝者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