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단일 학문으로서 내가 가장 재미를 느낀 학문은 단연코 철학이다. 고등학교 시절 논술학원을 다니면서 철학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전공자들 만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학교 수업과 독서모임 등을 통해 철학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철학을 '생각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사람의 타고난 성향과 환경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형성되기도하고, 변화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좋아하던 철학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철학자로서 내 첫사랑은 미셸 푸코였고, 아도르노와 같은 비판이론 1세대 철학자도 19-23세 시절 내가 좋아하던 철학자들 중 하나였다. 아마도 추측하건데, 이제 막 성인이 되었고, 어린시절 IMF나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을 거치며, 불행한 사회를 살아가던 당시의 난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 안의 모순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교 신입생시절 유행하던 책 중엔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있었다. 대략 '당시 20-30대는 사회 구조 때문에 88원이라는 저임금으로 평생 살아야 하는 세대'라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노력만으론 삶에 급진적인 발전이 어려워보였던 그때의 나는 이러한 원인을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찾길 원했던 것 같다.
거기에 더해 '고대-중새-근대 철학'보다 좀 더 섹시해보이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어감도 흥미에 한 몫했던 듯 ㅎㅎ
20대 중반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한 철학자는 자유주의 사상의 대표주자인 롤즈와 노직이다. 아마 대학 졸업 후 사회로의 진출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와 사회정의에 대해 고민하며 불안해하던 시기였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사실은, 어찌 보면 대척점에 서있는 두 철학자를 접하면서 '두 사람 다 마음이 정말 따뜻하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사회 정의에 대해 펼치는 둘의 이론은 차이가 크지만, 두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담고 자유와 삶의 행복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 로버트 노직의 에세이집을 읽으며, 자유에 대해 날카롭게 극한까지 파고든 철학자가, 삶과 행복에 대해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고 감동받은 기억도 있다.
요즘에는 공자, 노자와 같은 동양철학이나 성경, 불교 등 종교에 관심이 많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고전 철학과 종교는 실질적인 삶의 지침을 준다.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대하고,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를 주며, 이를 기반으로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게 해준다.
두번째로는 (이건 좀 더 종교에 가까운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을 맡설 힘을 준다. 지난 10여년간 삶에서 직면한 문제들은 내가 감당가능한 것들이 아니라, 문제가 우선 발생하고-내가 스스로를 키워 감당해야만 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지식과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 뿐 아니라, '왜 내 삶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모든 답을 명쾌하게 찾은 것은 아니지만 동양철학과 종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40대-50대-60대의 나는 어떤 철학을 좋아하게 될까. 내 생각과 경험이 바뀌면서 학문을 받아들이는 시각도 달라지고, 이에 따라 선호와 적용 범위도 달라질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을 지향한다면 때에 따라 다른 학문과 생각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면 지루하게 늙어갈 일은 없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