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나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없을까?
나는 주에 0.7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어떨 땐 거의 안읽는 달도 있지만, 휴일이 있을땐 몰아서 읽기도 한다 (지난 연휴에는 이런저런 책들을 7권 정도 읽었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좋아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좋기야 하지만 굳이 따지면 누워서 유튜브 보고 노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다만 학습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 (강의, 뛰어난 사람과의 대화, 직접 경험, 영상시청 등등)과 비교했을 때 독서가 비용, 시간, 효율을 모두 고려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독서의 목표는 간접경험에 있다. 유희를 위한 독서는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은 학습목적이 분명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매체로서 활용하는 성격이 강하다.
오늘은 가을볕을 즐기며 카페 테라스 석에서 임용한 교수의 손자병법을 읽었다. 손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전략의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또 즐거웠지만,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과연 이 책을 통해 익힌 프레임워크를 실제 내가 경영 전선에서 활용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를 단축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2008년부터 취미로 주짓수를 했는데, 올해로 거의 17-18년을 했다. 하다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는데, 10년 전, 15년 전에 익혔던 기술들 중 그때 어려워서 하지 못했던 기술을 이제서야 나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꾸준한 연마를 통해, 지금이라도 그 기술을 구사하는 게 즐겁고 다행이지만, 나에게 정말 그 기술이 필요했던 그 당시에는 온전히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고, 덕분에 난 선수로서는 그저 그런 3류 정도였다.
정말 경쟁이 필요하고, (당시엔 시합도 제법 나갔으니까) 동급의 상대들보다 비교우위가 필요했던 그 당시에는 내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사실상 월에 1-2회 수련하는 지금에 와서 그 기술을 쓴다 한들 내게 아무런 경쟁 우위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창업을 하고 나서 꾸준히 독서를 했다. 철없던 시절에는 책에서 본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경영에 도입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줄 알았고.. 덕분에 신나게 깨졌다. 지금에 와서야 그때 봤던 책들을 다시 보고, 책에서 말하는 프레임워크와 실제 내 경험을 비교해보고, 내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그것의 의미와 한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책을 보고 나서 최소 2-3년의 세월이 흘러야만 겨우 그것을 적용해볼 수준의 이해도가 나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경영상황은 하루 하루가 긴박한데,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 -> 실제 삶의 원리에서의 대조 -> 이를 통해 프레임워크의 활용과 한계에 대한 이해' 로 이어지는 Flow가 2-3년이라면... 사실상 한 기업이 탄생하고 망해도 이상할게 없는 수준이라 공부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다. (물론 경영의 여정을 백년의 세월로 보고 묵묵히 나간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다. 내가 시합장에서 별볼일 없는 선수였지만, 결국엔 주짓수 블랙벨트를 달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원리로..)
방금 전 친한 벗과 커피타임을 가지며, 이 고민을 토로했다. 친구는 내게 우리 삶에 다가오는 경험을 대경험 - 중경험 - 소경험으로 나눈다면, 결국 삶을 관통하는 원리는 경험의 크기와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경험에서도 프레임워크의 적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삶의 매 순간 순간을 치열하게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회고해야 하며 - 극도의 예민함 속에서 에너지를 쓰며 살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이건 내가 잘하는 영역도 아니고..) 우리는 추가로 책을 숙고하며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분간 내 독서에서의 과제는 '얼마나 빠르게 이것을 내것으로 온전히 습득하고, 현실에 적용할 것이냐'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간의 내 독서과 어떤 학습목표를 가지고, 이를 (범생이 수준으로) 충실하게 정리해 머리에 집어넣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급변하는 경영상황 속에서 빠른 판단의 도구로서 이를 활용하도록 몸에 새기는 작업이 될 것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거쳐야할 길.
배워나가야할 것들이 많음에 두렵고 감사하고 즐거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