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고 싶었다.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하루

by 기억흡수

나는 죽어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렸는지 모른다.


이곳, 베이징의 감옥은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생명이 사라지는 지옥이다.

썩어가는 살덩이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악취 가득한 도살장일 뿐 이 건물 곳곳에서는 지옥에서나 들릴듯한마귀의 웃음소리와 누군가의 비명이 함께 쏟아졌다.


희망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그것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짓눌려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피에 젖은 축축한 벽과 쇠창살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내 몸을 지나간다.

스치는 바람에도 살갗을 도려내는 듯했지만 어느새 그 감각마저도 무뎌졌다.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괴성이 사라지고 나면 무겁고 거친 구둣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내 앞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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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과 발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붓고 썩어 시커메져

언제 떨어져 나가도 모를 지경이었으나

그들은 개의치 않고 내 머리채를 움켜잡으며 어디론가 끌고 간다.


잿빛 가득한 차가운 방에 도착하자

내 얼굴을 뒤로 젖쳐 피로 얼룩진 면포를 덮었다.


이내 뜨거운 무언가가 내 얼굴에 쏟아졌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차가운 물이 가득한 상자에 처박혔다.


서릿발 같은 물이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두 넘쳐들어와

폐 속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쓰라렸다.


정신이 날아가기 직전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그들이

나무 몽둥이를 들고 나를 마구 내리쳤다.


인두겁은 쓴 마귀들의 폭행과 고문은

온 방이 피로 물들고 나서야 멈췄다.


그들은 나에게 동지의 이름을 묻고 또 캐물었다.


조국을 위해 피 흘렸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난 그들의 심문에 여전히 입을 닫을 뿐이다.


나를 기다릴 아내와, 작고 어여쁜 아이들이

붉은 피로 가려진 시야를 너머 아른거린다.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이 건물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방 구석에 내동댕이 쳐졌다. 움직여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눈을 떠 뵈이는 거라곤 영혼을 잃고 차갑게 식어간 동지들의 외로운 몸뚱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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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나를 삼켜간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무너져 간다.



하지만 난 웃으며 사라질 것이다.



그날은 반드시 오리니..대한, 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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