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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May 02. 2021

아이야. 비가 오니 나가자꾸나

1.

LAST CHILD IN THE WOODS


원제목이 참 멋프다

(멋지고 아프다)














2.


비 오는 토요일 오후 3시 반.



정말 귀찮았다.


한 발짝도 안 나갈 뻔했다.

비가 오고 있다는 아주 좋은 구실도 있다.  

 

그런데 자꾸만

어제 읽은 책 구절이 마음에 아른거린다.


게다가 아이는

오전에 이미 1시간 반 dvd를 봤는데

오후 2시쯤 되니 다시 심심해져

내 태블릿을 달라고 요구한다.


너에게 미디어를 틀어주는 건

너무나 쉽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너를 준비시켜 비 오는 날 데려나가는 건

정말 귀찮다.



'아... 인간한테 좋은건 왜이리 다 어렵니?'




너를 지긋이 바라보다 묻는다.

 

"엄마는 산책을 갈 건데

너도 갈래?" 


너도.

나도.

자연 결핍장애다. 


일주일간 우리가 사각형 건물에 갇혀있는 시간을 생각해보.


자연으로 가자!





3.

우비와 장화,


그리고 감기 걸리면 란하니

두꺼운 바지를 단단히 입히고 밖으로 나간다.


아파트 바로 앞 공터는

이런 날 최고의 놀이터다.



'물 엉덩이'


이보다 더 재밌고 돈 안 드는 놀이터가 있을까.


아무리 고쳐줘도 '물 엉덩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헷갈릴만 하다.


정말 물웅덩이는 물 엉덩이 같이 생겼네.



자연에 버금가는 치료제: 아이 웃음소리





시원한 바람

새소리

나무에서 떨어지는 빗물

뺨에 닿는 공기


그리고 너의 웃음소리


살아있음을 느낀다.


방금 전까지 태블렛을 달라고 조르던 아이는

자연과 함께

미디어가 주는 얄팍한 재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원초적 기쁨을 누리고 있다.





"엄마! 엄마도 해봐!"


너는 이 재밌는 걸 안 하고 있는 내가 이상하다.



"응~ 엄마는 장화가 없어서 안돼~신발이 다 젖어~"


이제보니 안될게 뭐 있나.


나도 곧 장화를 사련다.

너랑 뛰려고.





"어어어~~ 안돼~~~~ 하지 마!

저거 봐봐

쟤 바지가 다 젖었잖아~~"



지나가는 어떤 엄마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 옆에 서있는 아이는

준이 따라 놀고 싶어 몸이 달았다.


엄마는 단속하느라 마음이 달았다.




'젖었는데 뭐가요?'

속으로 묻는다.




4.


아이야.


비가 오면 반드시 나가자꾸나.


1990년대의 아이였던 나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자연이 결핍된 삶을 살고 있는

2021년의 아이야.



자연결핍장애 치료제: 하늘, 바람, 햇빛





1990년대에 아이들이 집 주변에서 혼자서 다녀도 되는 면적은
1970년대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여덟 살짜리 아이들은 딱정벌레나 떡갈나무는 모르지만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잘 안다.

지난 5년 사이에 아이들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두 배로 늘어났고,

최근 연구 결과는
과도한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
이 책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자연 결핍장애"라고 최초로 명명하였다.


-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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