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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May 12. 2021

[샤부작샤부작 비폭력대화]상갓집.가야돼 말아야 돼?

비폭력대화 4코너

1.

나와 같이 사는 남자는
나와는 다르게

일상에서 좀처럼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어인일로 1박 2일로 고민을 하고 있다.





부산에 상갓집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2.
2주 전에 회사를 옮겼는데
바로 2주 전까지 모시던 상사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가면.... srt 타고 갔다가 정말 찍고만 오는 건데...'

'하.. 회사 옮겼다고 또 아예 모른척하기도 그렇고...'

'근데... 나 지금 몸 컨디션이 별로인데 무리해서 다녀오는 게 코로나 시대에 걱정되고...'

'아... 근데 지금 회사 사람들이 그러는데 장례식장에 사람이 너무 없다는데?'

1박 2일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다 못해
개입하고 만다.



2.
'하아.. 못 봐주겠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거실벽 구석으로 남편을 몰아넣는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가서 좋은 게 뭐야?"

그는 와이프의 와일드함에 쫄아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마.. 마... 마음이 편하지"


"가서   안 좋은 게 뭐야?"

"그야. 몸이 힘들지!"



"안 가서 좋은 게 뭐야?"

"몸이 편하지?"



"안 가서 안 좋은 게 뭐야?"

"마음이 불편하겠지!"


(크크크 그 그 그그크크큭크)
도돌이표 같은 대화에 둘 다 웃음이 터진다.



3.
"가야겠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기차표를 예매한다.

저녁 6시 반에 출발해서 상갓집을 들려 육개장만 먹고 일어 새벽 2시에 현관도착했지만
마음만은 가뿐했다는 후기!


비폭력대화 교재에 나오는 4 코너를
남편에게 입으로 적용해본 첫 경험을 기록한다.

 






비폭력대화 3 -교재 28p ,4코너




4코너로 다루어볼수있는 주제들


우리는 오랫동안 생존을 위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되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하고 조화롭고 중립적인 관찰이 가능해진다.


4 코너는 이분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4 코너의 내용은 중심으로부터 밀어내거나 당겨지는 자아를 상징한다. 욕망(그쪽으로 가는 에너지)과 두려움(멀어지려고 하는 에너지), 이 정반대의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밀고 당긴다.


우리가 습관적이나 기계적으로 살면서 우리 안의 4 코너를 탐구하지 않을 때 한 코너에 집착하며 평생을 살기도 한다.


'한 코너에 집착하며 평생을 살기도 한다'가 

모른척 지나가려는  목덜미를 잡는다.




'내 얘긴가?"


어딘가가 찔리고 켕긴다.





즘 내가 함몰해 있는  코너는 어디일까?


아마도... 두려움.


"안쓰 안 좋아" 집착하는 듯.


글 쓰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흐지부지 잃어버리고,

생활인으로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게 되는 것이 두렵다.


매일매일 갱신되는 개미지옥 같은 To do list에 파묻혀

가슴이 뛰고 심장이 반응하는 일을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



오늘도 이런 두려움이 나를 밀어내고

나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나를 끌어당겨

지금. 여기에.

끄적 끄적하고 있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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