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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13. 2021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산문 [서평비스므리]

1.



먼저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겨우 4분의 1을 읽고 서평을 쓰다니.


'양심도 없다' 싶지만,


그래서 내가 [서평]이 아니라 [서평 비스므리]라고 하지 않았나.




2.


4분의 1쯤 읽으며 '요조'라는 분에 대해 탐구했고,

그 후로는 그냥 덮었다.


뭐 그냥 나쁘지 않은 에세이집.


(요조의 팬이라면 꽤나 괜찮을 에세이집일까?)


별생각 없이 책을 뒤집다가

마음 깊숙한 곳이 뒤집힌다.



책의 뒷면





경청의 한계를 알면서도
넘어서려 하는 얼굴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게 분명한데도
절대 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연함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은

아마도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본문에서-





3.


'뭐야..? 당신도 그게 아름답다고 느꼈어?'


요조가 다르게 보인다.


'정말 당신도 그게 뭔지 알아?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그 아름다움을?'



요조가 더 다르게 보인다.


이 순간 책을 다시 들어

끝까지 읽을지도 모르겠다.




4.


나는 언제 이 아름다움을 누려봤나?



때는 기원후 2002년...

스물두 살쯤. 


썸을 탔던 캐나다인이 있었는데

아마도 나는 그 앞에서

이런 눈빛을 쏘아댔던 것 같다.


경청의 한계를 알지만

짧은 영어로 한계를 넘어보려고 몸부림치던 나.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게 분명한데도

대화를 집요하게 이어갔던 스물두 살의 나.


(남편 미안...

요즘 당신을 보는 눈은 흐리멍덩 그 자체.

분명히 들리는 말조차 고의로 흘려버리기 일쑤)





그런데,, 요즘

준이가 우리 부부의 대화를 이렇게 듣는 것 같다.  



!주의!준이 아님


얼마 전 남편이랑 흥분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

준이가 우리 다리 사이를

놀란 강아지처럼 오간다.


말싸움 주제는 5세의 연령을 넘고도 남는데

이해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엄마 지금 뭐야? 왜 그러는 거야?

(내쪽으로 갔다가)



아빠는 뭐라고 하는 거야?

(남편 쪽으로 갔다가)



지금 둘이 뭐 하는 거야?"

(다시 내쪽으로 왔다가)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이 가진 언어의 한계를 알지만

넘어서려고 오두방정이다. 


이해를 다 하지 못해,


얼렁뚱땅 둘러대도


'그 얘기 아닌 것 같은데'하며

절대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않는다.


허리 아래 춤에서

인간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너.



우리 모두 이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은데

 살면서 이 아름다움은 빛이 바랠까.

 


경청하는 아름다운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을 온전히 반영해주는 건너편의 눈빛.



눈빛이 강렬히 교차하는

그런 순간이 인생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신화인지 로망인지 모를 순간을 위해

비폭력대화 공부를 붙잡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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