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학 포비아
복도 버전
수업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채,
수업 종이 친다.
나는 부랴부랴 책과 이것저것을 부둥켜안고
수업할 교실로 간다.
그러나 익숙하기만 했던 복도는
생전 처음 본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5분, 10분, 15분, 20분을 헤매도
나는 도대체 그 교실을 찾을 수 없다.
온몸에 땀이 흥건히 나고
마음은 타들어간다.
(가끔 카메오로 교감선생님도 나오신다.
수업에 20분쯤 늦었는데
복도를 돌다가 교감선생님과 마주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별안간 잠에서 깬다.
교실 버전:
교실에 들어오긴 했는데
이번에도 수업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어떻게 하지?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수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아무리 애들을 불러도
애들이 나를 보지 않는다.
뒤를 보고 있거나
옆을 보고 있거나
나를 보는 것 빼고 다양한 모든 짓을 하고 있다.
소리를 쳐보고,
책상을 두드려봐도.
아무리 어떻게 해봐도
나를 보지 않는다.
투명인간 같다.
굴욕감을 느끼며
칠판 앞에 얼은 듯이 서있다.
그리고
갑자기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