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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17. 2021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 (1탄:두려움 편)

- 개학 포비아

1.

출처: menshealthkorea.com

어쩜 이렇게 매번 그러지.


개학이 다가오면 두렵다.


어쩜 이렇게 매번 이러냐고!


뭐가 두려운지 모르겠는데 두렵다.


근데 뭔가 두려운 걸까.


몰라.


두렵다.





2.

개학 D-3


일상을 살긴 살고 있는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이 시기가 되면 개학 준비 외에

모든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재밌어진다.





도피하는 것이다.


나도 안다.

한다규~





도피하는 줄 알면서 

도피한다.



어제는 오래도록 미뤄왔던 중고 물건들을

당근에 올려 팔고,

심지어 택배까지 부쳤다.

(세상에. 그 귀찮은 걸.

자청해서?)




살림에 흥미 없는 내가

키친타월 걸이대, 미니 행주 걸이대 등

자잘 구리 인테리어 소품을 사서

부엌 살림 정리정돈까지 하고 .






그동안 읽고는 싶은데 지겨워서 못 읽던 책까지 어느새 뽑아 읽고 있고.


개학준비 빼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해버릴 기세!



(그런데 하악..

읽은 지  20쪽 만에 포기....

역시.. 이 책은 어떤 상황에도 무리인.. 가...

세번 시도 했으나 세번 다 덮음)






이 모든 걸 하면서도

마음이 개운하고 시원하지가 않다.


강하게 느껴지는 마음의 잔변감.


왜냐.



정작 제일 1) 급하면서도 2) 중요한 것을

안 하고 있어서다.



그건 바로.

2학기 수업설계안 작성 및 준비!


개학하자마자 내야 하는데!


개학하자마자 수업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많은데

결정을 못하겠고

자신도 없고

그냥 뭔지 모르게 쭈그러든다.


뭔가가 두렵다.




3.

10여 년째.

 


개학이 다가오면


늘 같은 꿈을 꾼다.


(꿈이 어떻게 늙지도 않고,

발전도 없니?)



최근에도 꿨다.


버전이 2개인데,


복도 버전과 교실 버전이 있다.




복도 버전



수업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채,
수업 종이 친다.

나는 부랴부랴 책과 이것저것을 부둥켜안고
수업할 교실로 간다.

그러나 익숙하기만 했던 복도는
생전 처음 본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5분, 10분, 15분, 20분을 헤매도
나는 도대체 그 교실을 찾을 수 없다.

온몸에 땀이 흥건히 나고
마음은 타들어간다.

(가끔 카메오로 교감선생님도 나오신다.
수업에 20분쯤 늦었는데
복도를 돌다가 교감선생님과 마주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별안간 잠에서 깬다.



그리고....




교실 버전:


교실에 들어오긴 했는데
이번에도 수업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어떻게 하지?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수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아무리 애들을 불러도
애들이 나를 보지 않는다.


뒤를 보고 있거나
옆을 보고 있거나
나를 보는 것 빼고 다양한 모든 짓을 하고 있다.

소리를 쳐보고,
책상을 두드려봐도.

아무리 어떻게 해봐도
나를 보지 않는다.

투명인간 같다.

굴욕감을 느끼며
칠판 앞에 얼은 듯이 서있다.

그리고
갑자기 깨어난다.








4.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일종의 도피.


개학 포비아는

학생보다 교사가.

교사보다 교감. 교장선생님이 더 심하게 겪는다는 말이

진짜일지도 몰라..



이 땅의 어미들에게는

해방과 축제의 상징!


개. 학. 인. 데.


8.15광복절 기록사진




5.

다음 편 예고: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 (2탄:대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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