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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19. 2021

혼자 욕하고 잘싸서 버립니다.

1.


요즘 욕이 는다.


방금도 욕했다.


집까지 킥보드를 질질 끌고 오며

그 순간 하도 힘들고 짜증 나서 혼자 욕을 해봤다.



CX!





그리고 이 욕을 이다..! 상상한다.


혼자 실컷 했으니

욕을 종이에 곱게 싸서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게 쓰레기통에 조심스레 버린다.  


됐다.


씹고, 버렸다.


버린 껌을 다시 주워 펼쳐보지 않듯이

나도 이 감정을 파고 들어가며 허덕이지 않겠다.



몇 년 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화와 짜증'을 누군가는 삼켜서 소화해버려야 한다고 했다.

안 그러면 돌고 돌아서 전염되고 더 강해진다고.


잘 소화할 1인이 필요하다고.


그런 사람이 이 시대에 없어서

이렇게 화가 여기저기 다니며 불을 내는 사회가 되었다고.






나는 아직 '즉시' 소화할 재간은 없으니

'추후' 소화 전략을 쓴다.




아들이 나에게 짜증을 냈고

그 짜증은 내가 받았다.


예전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화병이 생길 것 같았는데

요즘은 이게 '끈적한 껌이다~'

생각하고 일단 받는다.


애는 애고 어른은 어른이지.


애 같은 어른이 많아지면

애가 어른이 되는데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애를 답게 대하며 상황부터 추스른다.



리고 혼자 있을 때

''나도 힘들다고! CX!''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아들을 좀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의 자리'가 생긴다.


화가 난 나를 '내가' 받아주고 나서야

그 상황을 복기해볼 힘과 의욕이 난다.


욕하는 목적이 분명하다.


다시 잘 살려고 한다.






2.

유치원에 가려고 나섰다.

9시 40분이다.



10시까지는 가야 할 텐데.


앗. 챙모자를 잊었네.

다시 들어간다.


준이가 "빨리 나와~~~~~" 한다.


"엘리베이터 좀 눌러줄래?~" 하니


"싫어~"한다

(이넘의시키. 그래 싫을 수 있지. 됐어 그럼.)



부랴부랴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니


어딘가에서 이미 심사가 뒤틀렸다.



그 짜증은 약 10분간 밖에서 이어지더니

킥보드를 (나 보라고) 일부러 넘어뜨리고

나를 때리고 (눈치 보며 약하게)

이마저도 저지당하니

'엄마 때문 유치원 늦었다'는 망언을 한다.


그러고 나서

이도 저도 엄마가 충격을 받지 않는 것 같으니

킥보드랑 같이 길바닥에 퍼져버린다.


(중간에 비폭력대화 시도하다가

때려치우고


"야 엄마가 좀 늦어서 네가 기다릴 수도 있고


네가 좀 늦어서 엄마를 기다릴 수도 있지.


뭐 그거 조금 기다렸다고 그러냐.


가족끼리는 그런 거 봐주면서 가는 거야~


$@#(%*@(*@#)$)@#($"


짜증도 냈다가


협박도 했다가


얼러도 봤다가...




흐미.....


5세 G랄은

청소년기 G랄 비하면 코웃음 난다는데


나는 엄마경력 5년째라 그런지

이것도 벅차다.






내일이 개학이라 이제 이 꼴 저 꼴 안 본다. 야호

(갑자기 개학이 기다려져..)




성인 걸음으로 10분이면 족한 길을  

킥보드와 애랑 실랑이하며 30분을 간 것 같다.

분명 나올 때는 시원했는데 어느새 땀이 난다.


진땀이냐 진짜 땀이냐.


내가 미쳤지 차로 갈걸


너랑

방학 마지막날 기념으로

가을 아침 공기 마시겠다며

너에게 킥보드를 허용하다니.


아마추어~~

육아 일등병이구마~



돌아오는 길에 탈탈탈 킥보드를 끌고 오는데

아침부터 탈탈탈 심신이 털렸다.







힘들길래

욕 한번 해서

잘 싸서 버리고

하늘 한번 보고

숨 한번 쉰다.



아들아.


너는 참으로 나의 '비폭력대화 사부님'이구나.

매일 이렇게 실전 연습을 시켜주니

고오맙다아.


비꼬면서 말하지 말라고?


어야~


니가 어떤 G랄을 해도 난 너를 사랑할거다.

자기암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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