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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13. 2021

카톡의 '즉시성'을 거스르며

[서평 비르므리]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커버 사진 출처: <나는 기다립니다> 그림책)




1.



6년 전쯤인가.

우리는 직장에서 옆자리에 앉았다.


아침마다 그분의 친정어머님이 주셨다는,

건강에 좋다는 '톳 환'을 나눠먹었다.



보약 먹듯이 아침마다 톳 환을 주워 먹으며

'톳 자매'라고 킥킥댔던 기억도.



그 후로 긴 휴직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문자, 카톡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으로 도착한 책꾸러미와 손편지.


책이면 환장하는데!!!

어찌 알고!


손편지는.... 말해 뭐해.ㅠ.ㅠ...

정성의 대명사!



그 후로 6년째

끊기지 않고 책꾸러미와 손편지가 오갔다.


마치 고흐랑 그 남동생 테오가 된 것처럼.


책을 사랑하는 19세기의 사람들이  된 것처럼.


물리적으로는 편지와 책이 오가는데

그 안에 마음이 넘실댄다.  



누군가.

나를 위해.

편지지를 골라 손글씨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책을 부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이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눈물 나게 고맙다.


 

올해는 한 번도 소식이 없길래

의기소침해있는데


휴가를 다녀와보니 소포가!





(아유~ 선생님은 밀당의 귀재~~~)






2.


7월에 받은 책


그리고 오늘 답장을 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벼르고 별러서.


요양 중이라

예쁜 편지지를 사러 나갈 여건은 안되지만

그 대신 그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꾹꾹 담는다.


 카톡의 '순식간성'이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쓰고, 부치고, 받는

그 사이의 시공간이 담을 진심을.  



두서없이 길고 긴 개인 사정을 앞에 쓰고

드디어 시작하는 책 이야기.


제일 먼저 들게 된 것은.

논픽션 르포.


N번방 추적기를 담은 책.

역시 내 취향.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에 대한 이야기1
이야기2
이야기 3



3.


받는 행복을 알기에.


1년에 한 번씩 나도 부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책이 귀하디 귀한 선교사님의 홈스테이로

책 박스는 향한다.



몇 달에 걸쳐 배로 가는 이 종이와 활자.


사서,

포장해서,

편지 써서,

부치고,

몇 달 후 비로소 도달하는


그 긴 시공간 안에

나의 전심을 담는다.



빠르지 않아.

순식간이 아니라.

더욱 숙성되는 우리의 진심.


카톡의 '나우 이즘'은 절대 흉내 낼 수 없으리.



시공간을 뚫고 남아공에 도착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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