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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11. 2021

오늘도 조용히 모가지를 자릅니다

[지구 투숙객의 일지]

(오늘도 제목으로 또 낚시를 했다.


낚시를 했다고 또 밝혔다.


여기서부터 읽는 것은 독자 그대의 몫이다.

-비겁하군. 책임전가까지...-


요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제목 짓기 열심히 실습중이니 용서하시길 )




1.

오늘도 한 개를 절단했다.


욕이 나왔다.


'아놔~ 쉽게 안 끊기네.


쉽게 끊을 순 없나?


이게 처음부터 왜 있어야 하는 거지?


다른 방식으로는 생산을 못할까?'



플라스틱 병 고리


최근 일이다.


어쩌다가 플라스틱을 버리게 되면

마음에 큰 괴로움이 인다.


지구의 현상태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듣고 읽고 나서부터 인 것 같다.


말기암 단계라고 한다.


말기암이 뭔지 목격한 자로서

느낌이 훅~ 온다.





2.

이런 사진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내가 절단하지 않은 하나의 고리가

당장이라도 어린 야생동물들 모질게 학대할 것 같은 망상에 시달린다.



플라스틱 고리가 걸려 괴로워하는 거북이
뭘 더 설명하라는 말이냐
코에 빨대가 낀 거북이




3.


사실 나는 빨대 성애자였다.


불혹에 가까운 이 나이가 되도록

빨대로 먹는 것을 선호하고

먹고 난 후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 것을 즐겼던 나다.


그러면 심신이 이완되고

엄마젖을 빠는 듯한 편안함이 있었다.

(아마도 구강기 고착 증세?

 프로포폴보다는 낫잖..ㅎㅎ.)


헌데... 요즘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한다.


엄마가 아닌

남자도 아닌

거북이가

구강기 고착 증세를 치료해줄 줄이야.




3.

잠시...


거북이가 되어본다.

(뜬금없는 거북이 명상 돌입)






빼고 싶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 된다.

이러다가 정말 미칠 것만 같다.







4.

때로는 과한 공감능력과

예민함과

아주 작은 실천이

살아갈 힘을 준다.


고리를 힘주어 끊어내는 이 작디작은 행동이

 우리와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을 믿는다.




오늘도 '이거라도 하자' 다짐하며

'뚜욱' 한 개를 잘랐다.



공짜로 받은 콜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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