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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pr 01. 2022

내 속도대로 사는 것도. 능력 (4월의 꿈)

비폭력대화 - 앎을 삶으로 살아내기 55화


1. 숨도 안 쉬고 살았네  


3월 초에는 분명

내가 깊은 숨을 잘 안! 쉰다는 걸 고 있었는데


겨우 30일 만에

그조차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얕디 얕은 모기 숨에

완벽히 적응해버린 것이다.



생각난 김에

깊은숨을 몰아 쉬어 본다.


들숨~~~~


하나~

둘~

셋~



날숨~~~~


하나~

둘~

셋~



......


미안해




미안하다.




나에게 미안하다.


 


어느새 또.

나를 소외시키며 살았구나.






2. 현존이 뭔가요?


새 학기가 시작되자

현존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나... 잘 살고 있나?

나만 이런가?



밤에 누우면 다음날 학교 생각이 난다.


몸은 침대에 있는데

마음은 학교에 벌써 출근했다.



'내일 가서~3반에 모의고사 답지를 복사해서 들어가야 되고~

기초교육 어떻게 할 건지 1학년 부장님 하고 상의 좀 해야 되고.

4월 8일까지 인 거 잊지 말고.

아 맞다.

다음 주부터 오는 교생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오후에 메일이 왔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연락 줘야겠다.

#@&$@*%&$%*@$&%*'



겨울방학 때 내가 꿈꾼

잠자리 의식은 이랬다.



잠들 때 나에게 묻는 것이다.


몸아.
지금 좀 어때?

마음아.
오늘 하루는 어땠어?'

 


오늘 나에게 이건

무슨

화성에 외계인들끼리 하는 말로 느껴지고.

 




다음날 아침 6시 30분.


세수하면서 또 마음은 직장에 가있다.

 

'늦지 않게 가서 1교시 전에 그 메시지 좀 보내 놔야 할 텐데~

수업이 1,2,4교시니까 오전에 보내 놔야 부장님들께 오늘 중으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데~

아... 다 할 수 있을까?

너무 촉박하다.'


(중간중간 옷 입으며 목소리로 아이도 깨운다.

'준아~~~~

준아~~~~~')


......

3-4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존.


그게 뭔가요?




겨울방학 때 내가 꿈꾼 아침은 이랬다.  


https://youtu.be/y3deSlrQ7qY





(BGM 깔리며~

싱잉 볼 울리며~)


아침에 세수를 하며


물이 손에 닿는 감촉을 느껴보자~

내가 어떤 순서대로 씻는지 알아차려 보자~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놔.


지금 보니 이건

무슨 목성에 울려 퍼지는 AI 녹음기.




현실은.

40분 안에 스스로를 몰아쳐서 나갈 준비를 한다.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학교는 '통돌이 빨래통'



일단 들어가면  

정신없이 뺑뺑 돌려지다 튕겨 나오는 거다.



뱅글뱅글뱅글~ 툭.




겨울방학 때 내가 꿈꾼 퇴근 시간은 이랬다.


나에게 물어주는 것.


오늘 학교에서 하루 어땠어?

네 마음이 어때?

지금 네 몸이 어때?


지금 보니.

이건 또 뭐, 천왕성 라디오인가요?




현실은

빨간 불에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사이

차 안에서 수많은 일을 처리한다.


준이 유치원에서 알림장이 와 있는 것을 읽어보고 답글을 달고,

교회에서 온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전달해야 할 것을 숙지하거나 짧게 기도한다.

오늘 저녁은 냉장고에 있는 뭘 꺼내 먹어야 할지 머리를 굴리면서,

계좌이체해야 할 곳에 이체하고

떨어진 영양제를 핸드폰으로 사고, 다음날 새벽 배송마저 시킨다.    



퇴근 시간은

또 다른 업종의 업무 시간이다.


지금 안 하면

심야에 다시 일어나서 해야 할 일들.



3.

아놔...


이렇게 살기 싫었는데.

이렇게 안 살려고 엄청 의식해왔는데.



한 달 만에 이렇게 되고 말았다?!!!!!



넋을 잃고 열심히 산 대가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한 대가인 것이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면

자꾸만 이렇게 되고야 만다.  


어느새 나는

성경 속에 나오는 마르다 같이 되어

심령이 마르고 마르고 마른다.





4.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차렸으니.


4월에는

이제 잃어버렸던 넋들을

주섬주섬 챙긴 후  


다시 깊이 숨 쉬고

다시 자주 걷고

다시 중간중간 멍 때려주고

다시 내 마음과 몸에게 말을 걸어 보련다.



무엇이든 새 마음으로 시작하기 좋은

1일이니까.


느리게 사는 능력.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고

안밖으로 지금 당장 을 외쳐도


내 마음과 몸에 귀를 기울이고

내 속도대로 유유히 살아갈

능력


그 능력을 갖고싶다


잠들 때 다시 묻자.


 몸아.
지금 좀 어때?


마음아.
오늘 하루는 어땠어?

 


씻을 때 다시 묻자.



물이 닿는 감촉이 어때?~

어떻게 씻고 있지?



출처:네이버밴드 제공

  

퇴근하며 나에게 다시 묻자.



오늘 학교에서 하루는 어땠어?

지금 네 마음이 어때?

지금 네 몸이 어때?



그리고 기억나는 만큼만 

3월.

격하게 돌아갔던 통돌이 빨래통 속에서도

아이들과 찐하게 현존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기록하고 공유할 거다.



Good bye 3월!    

Hello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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