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한 달 여행과 사교육
지니.
아직 너의 답장을 받지도 못했는데
첫 번째 편지를 쓰고 나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마구마구 생각나 이렇게 또 편지를 쓰고 있어.
별 방법 없죠?
내가 영국으로 한 달 살기를 간다고 했더니
여기 엄마들이 다들 부럽다면서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야.

"학원 다 빼고 가는 거 부러워요.
어떻게 하고 가는 거예요?
돈 다 내고 가야 되죠?
별 방법 없죠?"
그래.
그만두거나, 돈 내고 가거나...?
그래... 별 방법 없지.
사실 준이 여섯 살 때부터 한 달 여행 소식을 전하면
나에게 엄마들이
첫째, 실행하는 용기가 부럽다고 했고,
둘째, 하던 사교육은요??
라고 물어보곤 했어.
그리고 늘...
'같이 달리고 있던 열차에서
혼자 내리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
근데 그게.
내가 결정해서 내가 내리는 건 내가 책임지면 되는데,
내가 결정해서 기차를 잘 타고 있던(혹은 그렇게 보이는)
'애' 를 내리게 하는 거지.
이건 교만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자주 육아가 '무한책임감'과 동일어로 느껴지는데,
그때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을 떠올려.
그리고 늘 같은 결론을 내지.
내가 자녀의 무엇을 결정하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교만이다.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자리값
나도 이번에 여행 가는 한 달 동안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학원에 물어봤다가
애꿎은 카운터 직원에게 이렇게 말해버렸네.
"그러니까....
자리 보전하는 값을 내고 가라는 말인 거죠?"

굳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다시 물어본 이유는 아마도.
배알이 꼴려서일 거야.
'지금 여러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자릿세 내고 여행 가라는 거 아니야~' 이렇게 콕 집어 말을 하고 싶었나 봐;;;;;;
내가 문의한 곳은 대치 필즈 수학학원인데,
여긴 규정이 이렇대.
1. 원칙적으로 '휴원 제도'는 없다.
2. 실시간 줌 수업을 운영하고, 안 되면 동영상 줄 테니 그걸 들으면 된다.
(근데... 시차상 유럽은 아침 6시인가 7시인가..이고,
거기까지 가서 줌 3시간을 듣게 아이랑 실랑이하고 싶지 않은데...)
3. 비행기 티켓을 담임선생님에게 확인용으로 보내라.
(초등학교에서도 요구하지 않는 비행기 티켓 증명을 왜??? 너무 많은 정보노출인데??
이런 것도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있나?? )
4. 그만둔다면 앞으로 6개월 동안 입학테스트를 칠 수 없다.

와.... 고자세도 이런 고자세가 없지 않아?
앞으로 막고 뒤로 막고
일단 등록을 하게 하는 시스템에
아쉬우면 네가 나가라.
한번 나가면 6개월 동안은 입학시험도 못 친다는 저 자세..
이 높디높은 자세는 '수요'에서 나오는 건데..
그 '수요'에 나도 숟가락 하나 얹고 있는 것이고...
사교육의 호구가 이렇게 돼 가는 것이구나.. 싶더라고.
갑자기 하준이 친구 중에
학교는 빠져도
학원 방학 때 놀러 가는 OO 엄마가 급 공감되고...
또 하나는...
알면 알수록 이 학원 운영방식에 감탄을 하게 된 거야.
실시간 줌과 비실시간 동영상을 함께 운영하여
애들이 아파도, 여행을 가도!!
원비는 따박따박 들어오게 구조화해 놓고,
담임선생님 카톡 운영으로
참을성 없는 우리 엄마들의 소통의 니즈를 재빨리 채워주는 운영방식이
참 시대를 잘 읽고 있네... 싶었어.
(이전에 다니던 cms는
시스템이 무겁고 old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
그래서 사고력 수학계의 신흥강자가 될 수 있었나...??
싶기도 했지.
학습된 무기력
지니.. 근데 나 갑자기
짜증 나고 화가 나더라.
내가 왜 화가 나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결국 욕하면서 비행기 티켓도 보냈고,
결국 욕하면서 돈도 낼
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것 같아.
욕하면서도 내가 그걸 결국 하게 되는 그 경험.
그 경험이 불쾌하고
이런 게 계~속 반복되다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무기력함이 오는 것이구나..
싶었어.
'그럼 안 하면 되지!!!!'
물론 그럴 수 있지.
여행 시원하게 고!
학원 그냥 관 두면 되는 거지!
여섯 살 때 1년 다닌 영어유치원. 그렇게 관뒀지!
그 뒤로 고생 좀 했지. 다녀와서 대안찾느라고..
내가 원비 25만 원을 내고 확보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 교육의 지속성? 애한테 여행 다녀와서도 시키던 걸 계속 시킬 수 있으니까.
- 엄마로서 얻을 마음의 안심? 어머,, 이렇게 인기 있는 데를 애가 다니고 있네? 계속 시켜야 되나 봐.
뭐. 그런 것이겠지?
한국 엄마의 숙명?
지니...
사교육에 대한 고민은 늘 ing야.
끊으면 끊어서 고민,
다니면 여길 꼭 다녀야 하나 고민..
'한국 엄마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만약, 준이가 수학을 너무 좋아해서
"엄마, 나 일주일에 한 번 말고 두 번 다니면 안 돼?"라고 물어보는
준이 친구 OO 같다면,
계속 다니는 걸 고민도 안 하겠어.
얘는..
골든벨 게임 시간이랑
쉬는 시간에 과자 먹는 재미로 다니는 것 같은데.
그 과자를 얼마나 하루 전에 엄선해서 고르는지..
수학에 필요하다는 '과제 집착력'은 보이지 않고
'과자 집착력'은 엄청나게 보이더라?
숙제는 늘 귀찮다 하고..
너무 초2스럽지 않아?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정상적인 아이를
내가 비정상적인 곳에 보내고 있나.
자주 생각하곤 해.
내가 또 가는 이유
지니...
여섯 살 때 남아공에 한 달 살기를 갈 때도
일곱 살 여름에 호주 살기를 갈 때도
늘 가기 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교육 처리문제로 짜증이 났었던 기억이 나.
하지만
가자마자 순식간에 난 알 수 있었어.
세상을 다니며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학원에서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시간에 배우는 제한적인 공부와 비길 수 없이
넓고 깊고 크고 무한하지!!!
그래서 또 나는 네가 있는 곳으로 가나 봐!
하지만
지금도 내 핸드폰은
각종 학원에서 보내는 방학 특강 문자 광고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어.
p.s.
그곳 런던의 초등 사교육은 어때?
여기처럼 영어는 기본에,
수학, 국어는 양 날개.
거기에 초등 때 아니면 언제 하냐며
예체능을 탑재하는 식은 아니겠지?
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
답장 기다릴게!!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중입니다.
다은의 첫번째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