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의 시작: 교육열+소명

4화. 2023년 남아공 한 달 살기의 시작

by 유하나

다은!


나 이제 네가 살고 있는 런던에 오늘 도착했어!


런던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착일에는 이렇게 찌뿌둥하다니.

정말 런던스러워!



이제

곧 남편은 서울로 떠나고

준이랑의 여정이 시작되겠지.


사실은 나도 믿기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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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가 해외 한 달 살기가

세 번째나 되었지?


1년에 한 번씩 가야겠다~

뭐 그런 굳은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의 한 달 살기 여행 목록을 적어보자면 이래.


2024년 1월 남아공 한 달 살기 (준이 7세)

2025년 6월 호주 한 달 살기 (준이 8세)

(지금) 2026년 7-8월 파리, 런던 한 달 살기 (준이 9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_출처: tripadvisor


다은. 너에게 2023년 한 달 살기의 시작부터 이야기해 주려다가


내가 왜 거기까지

이제 갓 6살을 넘긴 애를 데리고 간 거지?

생각해 봤어.


그땐 혼자 지 똥도 못 닦는 애기였거든;;;;

남자 화장실에 혼자 못 갔다 오고 "엄마랑 갈 거야~"하는 애기였는데...


곰곰이 그 '동기'를 생각해 봤는데,

첫 번째는 나의 교육열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선교지에 대한 나의 어떤 열정

때문이었어.

(이 열정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 믿어)


한 달 살기의 첫 시작은 남아공이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때 1-2년 정도

남아공 학교를 보낼까 탐색하러 갔었어.


거긴 영어가 공용어고

영국 지배를 받아서 교육 시스템도 나름 괜찮다고 들었거든.


그때 난 아이 초등학교 때

가족 모두 2-3년 해외에 살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

안되면 1년이라도...


나... 영어 교육 종사자잖니?ㅋㅋㅋ

초등 때 언어습득의 파워를 알고 있기에.


그래서 가족 모두 나가면 너무 좋겠으니까

남편에게

매~~~ 년 해외 나갈 기회가 없는지 물었지.


근데 매~~~ 년 돌아오는 대답은

자긴 한국이 좋고

직장에서 마땅한 기회가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한국에 있는 게 커리어상 더 좋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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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으면 자긴 한국에 있는 게 더 여러모로 유리하니

1-2년 정도는 나랑 아이랑만 다녀오 것도 생각해 보라더라?


그래서 진짜로 탐색해 보기 시작했어.


다은.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건 뭘까?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

친구들 중에 부모님이 해외 주재원 파견이나 연구교수 같은 걸로

가족모두 한동안 외국에서 살아서

영어 하나는 평생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어.

장애물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영어가 인생에 날개 같은 것?

이 되는 경우는 더 많이 봤고.


그리고 언어 뿐아니라

어떤 '삶의 태도'를 갖게 해주고 싶었어.


어릴 때의 다양한 곳에서의 글로벌한 경험이

나중에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

진로나 직업, 그리고 삶의 어떤 결정을 할 때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고

옵션을 다양하게 생각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도 같더라?


물론 다른 케이스도 엄청 많겠지.

한국 토종이 부모 도움 없이 혼자 개척하여 불굴의 의지로 세계에 진출한다든지

한국에서의 삶도 매우 만족하며 한국어만 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며 사는 경우도 많겠지.

그 사람은 나름대로 진심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

정말로 존중해.


또는 해외 물만 먹어서 겉멋만 들고 부모 돈으로 안 좋은 것만 배우는 애들도 있겠지.

한국어도 영어도 안되고 진로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든지?


하지만,

이런저런 케이스 다 따질 필요도 없는 게~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을 2번, 3번 여러 명 분으로 사는 게 아니고

1번 1명 분만 사는 거잖아?



그렇다면 난 그 1인분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지
내 자녀에게 '고르게' 해주고 싶었어.


못하는 거랑

할 수 있는 데 안 하는 거랑은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


영어권에 살 수도 있고,

기타 언어권에서도 살 수도 있고,

한국어권에서도 살 수 있도록.


직업이나 진로도

한국에 있는 것만

한국에서 쳐주는 것에서만 고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둘러보고

그 다양함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런 걸 준이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해 보자니.


선택권

이네.



그리고 다른 말로 하자면

자기 자신답게 살기를

원했던 것 같아.





그리고 두 번째로,

어쩌면 이게 더 큰 계기일 수도 있겠는데

그곳에 친분이 있는 선교사님 부부가 계셨다는 거였어.



그곳은 내가 10년 전에

교회 청년부에서 단기선교를 다녀온 곳이었거든.


만약에 거기서 준이 학교를 1-2년 보내게 된다면,

내가 그분들에게 거기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걸 알고 싶었어.


그게 아니면

미국 가고 영국 가고 호주 가고 필리핀가지~

꼭 남아공일 필요는 없었거든.


바로 이 포인트가

교육열에서 내가 구원받는(?)

포인트인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해.


그게 아니면 난 기질적으로

'교육열에 미친 엄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기질이

나에게 있거든.


근데, 개똥도 약에 쓰실 수 있는 하나님은

나의 교육열 야망도 소명으로 쓰실 수 있겠다 싶어서

다행이고 안심돼.


그런데 남아공에

남편하고 일주일 + 나머지 아이와 살면서

내린 우리의 결론은..!!!


남아공 여행 강추!!!!

BUT!


남아공 기러기 부부는 너무 비추!!!!


남아공에 선교를 돕겠다고

'나+아이' 조합으로 사는 것도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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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남아공은 치안이 불안해서

(그땐 코로나 직후라 물가폭등 때문에 더했지)

남아공에서 남편 없이 동양 여자가 아이랑 사는 삶

=남편 없이는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이슬람 여자 체험

이었어!


네 산책 한 번도 나 혼자서는 못 나갈 정도였다니까?


큰 개를 데리고 나가거나

성인 남자랑 다야 한다는 거야.


왼쪽 운전을 어찌어찌해서

겨우 배웠는데

차에 창문도 절대 내리면 안된대.


아이랑 주차하고 어디론가 걸어갈때

누가 따라오지 않는지 늘 경계해야 되고..



이래서.. 살겠니...?


게다가 7살이 이제 된 준이를 양육동반자 없이 나 혼자 돌보니

나는 흑인 빈민지역 선교 사역 현장에서는 '짐'이지

도움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되더라?


한 번은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빈민지역을

준이랑 같이 방문했는데

엄청난 더위에 애가 맥을 못 추고~

가는 데 쳐하고~

막상 가서도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니

내가 뭘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가서 선교사님이 더 신경 쓰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아.. 애 딸린 엄마는....

누굴 도운다고 돌아다닐 게 아니라

집에서 내 아이를 잘 보는 게

아이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에게 행복인가??

심각한 현타가 왔어.


많은 것들이 예상과는 달랐어.

'아이 학교 보내기 탐색'은 '아니요'로 결론 났고,


하지만 그때의 한 달 살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면에서 엄청나게 좋았는데,


낮에는 '응답하라' 드라마와 같이

북적북적 인간냄새 찐하게 삶을 선교사님 댁에서 살았고


밤에는 조앤 롤링처럼

옆 침대에 아이가 자고

나는 이슬람 싱글맘처럼 가택 감금되어 글을 썼어.


"하나님...

제가 돕는다고 왔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뭐 하죠?"

기도했더니.


넌 밤에 글을 쓸 수 있잖니?

하시길래.


'그러네요?' 하며

그 선교사님 두 분의 선교 사역을 인터뷰해서

정리하는 글을 매일 밤 썼지.

만든 목적은 선교 사역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하고.


그래서 나온 블로그가 이거야.

가입 필요 없이 볼 수 있게 정리했으니 시간 되면 한번 봐도 좋고~


한국에서는 많은 일들로 산만해서

절대 이렇게 단시간에 집중력 있게 정리하지 못했을 것 같아.

인터뷰하며 내가 그분들의 삶에서 받은 감동은

말고 말모!!!


https://cafe.naver.com/southafricamission




후에 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살기'나 '남편과 함께 여행+살기'

모드로 살아보자!


생각한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세 번째가 되었네.


출처: freefix

다은.

너에게 이야기를 하려니

지난 삶이 정리되고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야.


한국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에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줏대가 없어지는데

그때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내가 정말 아이에게 주고싶은 것이 무엇이었나

기억해야겠어.


너의 존재가 그저 고마워.


우리 곧 만나!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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