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책 읽는 사람들이 반가워서
다은...
'책 읽는 런던,
쇼츠 보는 서울'
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심한 흑백논리를 펴는 걸까?
요즘 서울 지하철에서는
엄청난 속도의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사람들의 엄지 손가락과 눈동자만 부지런히 움직여.
3초짜리 쇼츠도 이제 못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졌어.
그래서 짧디 짧은 쇼츠도 1초 만에 넘기는데
나중에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나.
자기가 가진 무궁무진한 능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파충류의 뇌만 쓰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어른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은 어떡하지?
나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어떤 자극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가득 찬 이 도시는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까?
런던에 온 지 3일째야.
근데 내가 런던에서 뭐가 제일 좋은지 알아?
곳곳에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는 거야.
게다가 엔틱 한 느낌의 가벼운 갱지 책!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내가 있는 호텔이 관광지인 데다가
지금 유럽도 휴가철이라
런던 사람이 거의 없고 관광객이 대다수일 텐데도
이 정도면..??
평소 런던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자주, 오래 손에 들고 있는 걸까?
파리에서 런던을 넘어오는 유로스타 안에서도
독서 풍경은 계속되었어.
내 앞에 마주 보고 앉으신 분은
2시간여 동안 꼼짝도 안 하고 책을 읽으시더라.
반면
그 옆에 나란히 앉은 우리 남편은
2시간여 동안 꼼짝도 안 하고 핸드폰(유튜브 등등) 보시더라?
(의도하지 않은 대조적인 투샷 건짐)
근데, 책을 읽고 있는 건
이 빨간 잠바 여자분 뿐이 아니었어.
영국 입국 수속을 기다리느라 줄을 서고 있는데
아빠와 딸로 추정되는 가족이 손에 책을 들고
책에 흠뻑 빠져있는 거야.
(내 옆엔 지겨워 몸부림치다 지친 아들과
핸드폰 하는 남편이 있었고..
나도 책을 가져올걸.
후회했지.)
그리고
기차에서도 계속되는 독서행렬
(그와 대조적으로
손목이 아파
가장 최적화된 자세로 핸드폰 내려놓고 하는 남편..
아. 지도 찾고 있었구나?
미안 남편~~ ㅋㅋㅋㅋ)
뒤에도 독서..
독서.
독서.
이 외에도 내가 대놓고 사진 찍기가 그래서 못 찍었지만
지하철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을 종종 봤어.
다은.
나 독서교육에 진심이거든.
나 미디어교육에도 진심이거든.
하루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독서'와 '미디어'에 쓰는 시간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믿거든.
독서가 브로콜리, 토마토, 구운 마늘이라면
미디어는 치킨, 콜라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미디어 중에 좋은 콘텐츠 너무 많은 거 알지만
사람이 신기하게 그런 것보다
자극적인 것, 보기 쉬운 것부터 보게 되잖아.
아이들은 오죽하겠어?
2025년 3월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절반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드러났어.
9세 미만 영유아도 30% 가까이 위험군으로 밝혀졌고.
이미
보호법이 제정되어야 할 타이밍이 넘었다고 생각해.
정말 진심으로 걱정돼.

그리고 이런 문화로
한국의 출판 시장은
거의 고사분위기라고 들었어.
전자책으로 대세가 거의 넘어갔고
전자책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크몽 같은 곳에 노하우 전수 책을 내서 대박 치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더라고.
영국의 독서 문화와 많이 다르지?
나는 앞으로 런던에 있는 동안
서점을 가보려고 해.
구글에 치니까
이 호텔 주변에도
이렇게나 많더라?!!!!
정말 멋진 나라야...!
이렇게 많은 다양한 서점이 존속할 수 있다니!

다은.
너네 애들 독서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어?
영어와 한글 독서의 비중도 궁금하고~
답장 기다릴게!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