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의 쓸데없이 소중한 시간

6화 여행의 쓸데없는 장점

by 유하나


다은.

남편이 어제 한국으로 돌아갔어.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했는데,


오늘 안 가면 회사에서 영원히 오지 말라고 할 건데 괜찮겠냐는 거야.


그래서

얼른 가라고 했지 ㅋㅋㅋ


sticker sticker


우리를 택시 태워주고 공항으로 향한 남편


다은.

여행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이 뭔 줄 알아?


남편과 준이가

쓸데없는 대화를

하루 종일 계~~ 속해서 하는 장면을

제삼자로 보고 있는 거였어.


내가 저번에 상담사에게 들은 말인데

가족은

'쓸데없는 이야기, 쓸데없는 놀이, 쓸데없는 갖가지 짓들을 많이 해야'

건강해진대.


특히 나처럼 목적지향적인 사람은

쓸데없는 일을 가족이랑

많~~~~~~~~이 하라는 거야.


처음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

근데..

이 말이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더라?


남편과 아내도 어떤 목적이 있는 말,

예를 들면

"저녁밥 먹으러 오늘 일찍 올 거예요?"

"애 학원 라이드 당신이 해줄 거예요?"

"어머님한테 이번 주에 갈 거예요?"


뭐 이런 말만 남은 관계가 계속되면

무미건조한 사이가 될 거잖아.


근데

서로 함께 있는 걸 좋아하고 친숙하면

자연스럽게 쓸데없는 말과 행동이 많아지고 말이야.


근데

지난 2025년 전반기에 남편의 삶은

직장일로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었어.


아침 회의가 너무 많아서 6시 반에 나가는데

밤에도 일주일에 2-3번은 새벽 1시쯤 들어오니

자기 전에 들어와야 무슨 말을 하지.

게다가 주말에도 골프니 워크숍이니 불려 갔고..


나랑 아이의 시간은 넘쳐나는데

아이와 아빠의 시간이 늘 모자랐지.


가족과 쓸데없는 걸 할 시간.


근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빠와 아들의 그런 시간이 넘쳤던 것 같아서 정말 기뻐.


런던 거리를 손을 잡고 걷는 부자


야구 이야기 꽃을 피우는 부자 in 런던지하철



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나란히 걸어가는 부자_in 파리
캐치볼을 하염없이 하는 부자_in 파리

10여 년간 중고등학교 담임을 하면서

부자관계 파탄난 가정을 종종 봤어.


흉기 들고 아빠와 아들이 서로 덤비고 싸우는 가정부터

아들이 아빠를 경찰에 신고해서 집에 경찰 수시로 오는 가정,


또는 이렇게 격렬한 반항이 아니라도

아들이 아빠랑은 아예 대화를 거부해서

엄마랑만 대화하는 가정도 많았어.

엄마는 그 중간에서 전달자, 중재자 노릇하다 지쳐있고.


다은.

그래서 그런지 내가 '아들'을 임신했다고 들었을 때

정말 자신이 없더라?


지금 남자인 남편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에

남자 한 명이 더 추가된다니.

거기에 그 두 남자와 남자가 내는 시너지는 어떨까?

그게 걱정됐어.


근데 막상 살아보니 좋은 점도 많더라고.

내가 모르는 두 남자의 케미도 있고.


다은.

다은의 남편은 평일 5시에 직장일이 끝난다고 했지?


호주 이민자인 내 친구 남편도

저녁 6시면 100% 집에 오더라고~


회식은 없냐물으니

1년에 몇 번 회사 옆 bar에서

병맥 한 병 정도 마시고 헤어지는 게

회식이라면 회식이래


한국 회사원인 우리 남편.

무척 짠하다.

짠한 만큼 더 사랑해 주어야겠어!


남편에게 이번 여행이

쓸데없는 말과 짓을 아주 많~~~~ 이 하는 여행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야.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





유하나출간작가


일상의 난감함을 나누는 식탁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읽고 쓰고 나누는 행위가 지니는 생명력과 치유력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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