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돗자리와 런던의 초록

7화

by 유하나

다은.


런던에 있는 너희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어.


이곳은 내가 사는 곳과 달라도 너무 달라.


서울 숲이나 올림픽 공원 ‘안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sticker sticker


우선, 집을 나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게 달라.

앞으로 봐도 초록,

뒤로 봐도 초록,

옆으로 봐도 초록,

눈에 닿는 모든 곳이 초록이야.




그곳에서

뛰고

뛰고

또 뛰는

준이와 너의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기분이야.


인간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잖아.

그게 그냥 바로 인정이 돼.


이런 초록초록 안에서 살고 있으니

시간도 공간도 모르겠고

그저 바람 부는 초원 한가운데 심긴

한풀의 잔디가 된 것만 같아.


하염없이 뛰어노는 아이들


나무는 또 얼마나 큼지막하며

그 아래 그늘은 또 얼마나 시원하고?

건조하고 시원해서 잠이 솔솔 와.


일단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낮으니

그늘 명당자리도 널렸어.


누가 있으면

'아. 누가 먼저 앉아있네?

저 나무로 가야겠다’ 하고 그냥 다음 나무를 찾으면 돼.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인심폭발이야.


한국에서는 날 좋은 봄과 가을에는

공원에 가려면 주차걱정부터 해야 하고

그늘 명당자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해서

좋은 자리를 선점을 위해

늘 머리를 쓰고 몸이 바지런을 떨어야 하는데 말이지.

땅 덩이는 좁고 인구는 바글바글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나무 그늘이라도 차지할 수 있는 처지인가 싶어.



사방에 널린 초록과 나무와 그늘



지금 이 글도,

너희 집 옆에 호수 옆 큰 나무 아래에 누워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쓰고 있는 거야.


360도가 초원이라 너무나 평온해.


이 순간

거지도 안 부럽다.


낮에 공원에 아무 일 없이 누워 자는 거지가

부러운 적이 있었거든.


한국에서 우리 집은 초고층 아파트단지에

그나마 단지 안에서 전경이 좋다는 18층이야.


거실에서 대모산 꼭대기가 보이긴 하지만

대모산 꼭대기를 보려면

그 아래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빌딩까지 같이 세트로 봐야 해.

그 아파트는 회색과 검은색으로 되어있지.


우리는 서울에서 아스팔트를 딛고

회색과 검은색류를 계속 보며 살고 있어.

(초록은 잠시 곁들일 뿐)


다은.

지금이 날씨가 제~~~~ 일 좋은 때라고 했지.

여기가 특히 중산층이 사는 주거지라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 했지.


그래도

매일 초록에 빠져사는 네가

이 순간 무척이나 부러워.


사람이 눈을 통해 보는 건
몸과 마음에 얼마큼 중요할까?


대답은

이미

내 낮아진 심박수가 말해주고 있어.


다음번에 이사 갈 곳은

더 초록이 많은 곳으로 가야겠어.


아!

한국이 광대한 초록은 없지만

좋은 거 하나 있지!


바로..


다! 이! 소!


다이소에서 사 온 3000원짜리 돗자리.

깔고 누워 자니 꿀맛이다.


남은 기간

여기서 초록을 원 없이 보다가 갈래.


대영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보다

초록이 너무 좋다..!



돗자리에 누워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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