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다은.
런던에 머물고 있는 날수가 더해질수록
영국이라는 나라가 왜
'대영제국'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어.
요즘 자주 타고 다니는 여기 지하철은
알고 보니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었더라?
내일 볼 사과나무는
알고 보니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과나무였다는..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인 곳에 살며
최근 가장 신선했던 것은
'기부'를 '신용카드'나 '큐알(QR)'로 할 수 있게 한 것이었어.
어제는 내셔널 갤러리를 갔는데,
그 앞에서 버스킹이 한창이었어.
그 버스커 앞에는
Tap to Tip!(팁을 주고 싶으시면 찍으세요!),
Scan to Tip!(팁을 주고 싶으시면 스캔하세요!)라고 쓰여있고
단말기와 큐알이 놓여있었지.
그 버스커는 자기 공연에 대해
3파운드(한화 약 5600원)를 받고 싶어 했어.
그저께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을 가는 길이었어.
지하 터널에 자리 잡은 어떤 버스커가
신용카드 단말기 2개를 전면에 세워놨더라?
그전에도 런던에서 버스커들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본 적이 있어서
'아. 이건 여기 문화구나' 했지.
기부문화도 신기했어.
내셔널 갤러리 건물 내부로 들어갔더니
모금함에 신용카드 단말기를 달아놓고
3파운드(약 5600원),
5파운드(약 9400원),
10파운드(약 19000원),
Others(그 외)를 고를 수 있게 했더라?
'제가~~ 현금이 없어서 기부를 못해요~'라는 거짓말은
아주 입뻥끗도 못하겠더라고~
다은.
네가 여기 런던의 학부모로 살아보니
학부모들의 '모금'과 '기부' 문화가 엄청 활발해서 놀랐다고 했잖아.
확실히 모금과 기부가 일상화된 것이 느껴져.
우리나라 '체면 문화'와는 달라도 많이 달라.
돈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는 듯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땅히 달라고 해야 할 돈'을 달라고 할 때도
대놓고 해야 할 때 거시기함을 느끼고
돈을 누가 줄 때는
손사래 몇 번과 거절을 하고 나서 받아야
이제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춘 것 같이 여기잖아?
집에 와서 찾아보니
런던의 버스킹에 신용카드를 도입한 건
2018년 런던시 차원으로
세계 최초래!!
(이번에도 또!!! 세계최초군...)

신용카드 도입 후 버스커들의 수입이 껑충!
뛰었다더라?
그래.
버스커 개개인이 신용카드 단말기를 갖출 여력이 어디 있겠어.
런던시가 시원하게 뒤를 봐주고 있는 거였어.
런던의 버스커들은 얼마나 든든할까?
다은.
네가 사는 런던은 참으로 흥미로운 곳이야.
커피 한잔 사 먹으려면 9000원은 내야 해서
정신이 얼얼하다가.
세계 최초라는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나가기만 하면
발길 닿는 곳곳에서 예술과 역사를 공짜로 누릴 수 있어.
그런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어김없이 신용카드 단말기를 전면에 내세운
버스커들이 있지.
여길 떠나기 전에
버스커들에게 Tap to Tip 한번 해봐야겠어!
다은.
난 솔직히 3파운드(약 5600원)를 버스킹 문화비로 기꺼이 쓸 교양 수준과 생활수준을
갖고 있진 않은 것 같아.
대신 이제까지
몰카를 찍고 그곳을 지나쳤지.
여행의 묘미는
' 안 하던 짓 해보기' 아니겠어?
조만간 내가 신용카드로 후원한 버스커 이야기를 가져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