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
한국은 요즘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이야.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가을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어제도 날씨가 너무 좋았고
준이는 놀이터에서 4시간을 놀았어.
우리 부부가 교회 모임을 하는
2시부터 4시경까지 2시간 놀고
모임이 끝나고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길래
우리도 사람들과 같이 놀며 2시간을 더 있었지.
가족 모두에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또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거야.
언제나 놀라운 준이의 에너지...

다은
거기 있을 때 봐서 알지?
부모는 에너지 충전율 4% 정도까지 떨어져서
이제 집에 가서 쉬면 딱 좋겠다 하고
비리비리하고 있는데,
얘는 잠시 쉬면 바로 다시 부활해서
또!!! 뭔가를 하겠다고 하곤 해.
그럴 때마다
진짜 목에 고구마가 켁!! 하고 차는 느낌!
어제도 치킨까지 먹고 들어오는 길이라
거의 8시가 다됐었거든?

4시간을 뛰어놀고 집에 오는데
또 자전거를 타겠다고???
남편은 안된다고 했어.
충분히 놀았고
씻고 내일 학교 갈 준비도 해야 한다고.
그 말이야 백번 맞지.
근데..
나는 최근 얘의 남다른 에너지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원 껏
풀어주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차라서..
남편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엄마가 기다릴 테니 얼른 몇 바퀴만 돌고 와서
같이 들어가자고 했지.
그랬더니,
엄마!
내가 빨리 돌고 올게!!
하고 신이 나서 자전서 보관소로 달려가더라.
그 말이 참 예쁘더라.
왜냐면 자기도 알긴 안다는 거니까.
지금 빨리 들어가서 씻고 자야 하는 시간인 걸.
그래도 너무나 자전거도 타고 싶었는데
엄마가 허락해 준 거고
그러니 자기도 노력하겠다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아이를 기다리며
지난주에 담임선생님께 상담 갔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어.
"어머님. 준이가 쉬는 시간에
뼈가 없는 애처럼 놀아요.
좁은 교실 바닥에서
책상 사이사이에 뒹굴면서
친구랑 놀기도 하고요
교실 벽에 몸을 부딪히는 놀이를 하기도 하고요.
저는 다른 것보다
자기 몸이나 친구들이 다칠까 봐
그게 걱정이 돼서
매번 얘기하죠."
상담을 다녀오는 길에
너와 너희 아이들이 해준
'런던 공립학교'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한국 나이로 8세, 10세인 너희 아이들이 다니는 런던 공립학교에서는
- 일단 쉬는 시간에 다 운동장에 나가게 한다.
- 쉬는 시간이 한국 10분보다 더 길다. 20분이었나?
- 아동들이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분명히 있는 듯하다.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가 없도록 모두 나가기를 권장한다.
그래서 내가 물었잖아.
"운동장 나갈 때 담임선생님 따라 나가야 돼?
그럼 너무 힘들겠는데?
그렇다고 교사가 안 나가면
애들끼리 놀다 사고 날 수 도 있고..
어떡해?"
그랬더니 이렇게 얘기해 줬어.
- 담임선생님은 교실에 계신다.
- 운동장에 안전담당 요원 같은 선생님이 따로 있다.
- 안 나가고 싶어도 나가서 몸을 움직이도록 교실 문을 자물쇠로 잠그기도 한다.
우리 준이는.
거기서는
쉬는 시간 골칫거리는 아니겠지.
싶었어.
그리고 오늘
방금 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해주는 부모 양육 상담을 하고 왔는데
상담사 님이
본인도 에너지 넘쳐 폭발하는 아들 둘을 다 키웠고,
독일과 뉴질랜드에서
애들을 학교를 보낸 경험이 있는데,
아동의 신체적 움직임을
너무나 존중해 주고 격려해 주는 학교 문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거야.
그곳에서는
아이도 부모도
죄인이 되지 않아도 된다며...
한국은 활동성 많은 아이들의 부모가
이중 스트레스를 받고 있대.
1) 일단 활동성이 높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 환경과 시스템이 없고-> 1차 스트레스
2)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위의 시선과 스스로의 평가, 부모로서 아이를 단속해야 하는 부담 -> 2차 스트레스
가 있다는 거야.
다은.
상담사님의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었어.
그리고
준이 6살 때 잠시 보냈던
영어유치원의...
아이의 발달단계에 정말 맞지 않았던
책걸상과 가림판이 떠올랐고,
신체적 움직임을 중시하기는커녕
5,6세까지 내려온 대학 입시 준비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에 대한 애도도 올라왔지.
또..
선생님은 어떻고?
꼴랑 10분 쉬는 시간에
좁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감금되어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안전사고의 부담을
매초 느껴야 하잖아.
그걸 생각하니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올라오더라?
어쨌든
나라 걱정은 차치하고,
자유로운 움직임
생동감
활동성
재미
일단
내 아이 준이는
특히나 다른 아이들보다
이런 욕구가 무척 강한 아이인 것 같아.
남편이 매일 얘기해.
"나는 안 닮았다" ㅎㅎㅎ
다은.
나 닮아서 그런 것 맞는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준이의 저 에너지를
나는 마음 깊숙이 이해해.
지난여름.
런던 너희 집 옆 공원에서 뛰놀며
준이는 정말 행복했었던 것 같아.
여름 사이에 키도 얼마나 큰지 몰라.
9시면 불 끄고 자는 너희 집 문화도 참 좋았어.
잠도 얼마나 깊이 많이 잤던지.
피부는 시꺼메지고..
너무 좋더라.
그곳에서
마음껏 뛰며 가장 자기다웠던 준이를 기억하며..
여기
한국,
서울,
아파트 촌에서도
가장 자기답게
마음껏 움직일 방법을 찾아주려고 해.
킥보드도 사줬다?
그래서
어제 집에 들어가 전
자전거 탄다고 했을 때도
허락해주고 싶었나 봐.
마치
캥거루가
"저 또 뛸게요" 하는 걸로 들렸어.
그리고
10분 나중에 들어간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을 테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