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면

by 유하나
밤이 꽤 길어지네


라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엄마 생각이 난다.



어떻게 한 사람이

1년 안에

봄, 여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가

가을 겨울에 끝 간데없이 아프다가

그다음 해에는

몸이 없어져버릴 수 있지?


고통은 1월 6일에 끝났다.


그 당시 나는 나대로

엄마의 옆옆옆옆옆동에서

돌이 겨우 된 아이를 키우며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었다.


아이는

낮이건 밤이건 죽어라 안 자고

낮이건 밤이건 1시간마다 계속 자지러지게 울어대서

내 정신도 몸도 너덜너덜이었다.


심각하게...

얘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밤들이었다.


엄마는 아파서 밤을 새우고

나는 아이를 안고 밤을 샌다음

다음 날 만나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엄마...
밤이 너무 길어.


엄마도

밤이 너무 길다 진짜...




긴 밤의 고통은


그 당시 엄마와 나의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공감대'였다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이 아프면..


아픈 게 하루 이틀 지나면..


그리고 그게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쓸 수 없다고하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차차 할 말이 없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죽어간다는 건

아픈 것보다


지독하게 외로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제 보니

밤이 길다는 짧디 짧은 대화도.

얼마가지 못했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엄마 코에 호스를 꽂아서

말을 못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밤들이 모두 모두 지나고


엄마는 이제 아파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되었다.


어쨌든

그 밤이 키워준 아이가

이제 어린이가 되어서

밤마다 업어가도 모르게 통잠을 자고 있다.


그래.


모든 것은 지나가지.


진짜 그러네.


그래도

이쯤엔


밤이 꽤 길어진다?

날이 차진다?

싶을 쯤엔

엄마 생각이 난다.


아파트 단지 나무 앞에서 기도를 하게 된다. 살려주시 옵소서...


모든 아픈 이들의
긴 밤에
애도를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