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대로 하는 자녀교육의 기쁨

by 유하나

다은.


한국은

가을이

초겨울 흉내를 내고 있어.


런던도 더 추워졌겠지?


방금 서울학부모지원센터에서 해주는 양육 상담을 받았어.


1년에 4번 정도 신청하는데(선착순)

내가 지정한 상담사께 무료로 1:1 상담을 받을 수가 있어.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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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분이 '비폭력대화'를 공부했다는 이력이 있어서 선택했는데

해보니 참 좋더라.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아는 사람이 그 언어로 말하면 잘 통하는 것처럼

비폭력대화를 둘 다 베이스로 깔고 이야기를 하니

무척 편안해서

올해 내내 이 분만 계속 선택하고 있어.


상담을 시작하는데

오늘 이분이 나에게 물었어.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오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그래서 9월과 10월을 돌아봤지.


근데..

나 너무 잘 살은 거 있지.


그래서 울컥했어.


잘 살았다는 게,

이전보다 엄마노릇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말이야.


일단, 초2를 돌보는 엄마로서

내 마음이 과거에 비해 너무나 편안해졌고,

준이도 최근 일련의 변화로

더 행복하고 편안한 것 같아.


네가 있는 곳으로 한 달 여행을 다녀온 후의

일상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진정한 여행은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내 삶을
바꿔놓는다.

- Vegabonding(여행의 기술)-


이 말이 진짜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어.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1. 아이의 어떠함을 더 수용하고 더 사랑하게 되었어.



준이가 엄청난 에너지꾼임을 여행 중 더 확실히 확인하고

자전거,

킥보드,

도보 권으로

'움직임'을 계속 보장해 줄 수 있게 생활을 세팅했어.


주도성이 너무나 중요한 애고

팔딱팔딱 살아있는 아이인데

유년기의 넘치는 그 움직임과 에너지를 보장해주고 싶었어.


학습은 최소한만 하는 것같이 '느끼게' 해주되

실제로는 집공부로 내실을 채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어.


내가 라이드 하던 것 다 안 하고

본인이 움직이게 했더니

나는 너무 편하고

아이는 더 행복해진 것 같아.


- 금, 토 축구 필드: 차 라이드-> 걷거나 자전거나 킥보드로 변경(도보 15분)

- 화, 토 국어 학원: 집 앞으로 가게 해서 -> 걷거나 킥보드(도보 5분)

- 대치동 수학 학원: 라이드 했는데 학원 끊음. 집에서.

- 양재천 생태체험: 한 달에 1번 걸어서 감(도보 10분)

- 나머지 놀이나 교육은 오프라인은 바로 앞 학교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집에서

- OO초 축구코트 있는 운동장 수시로 자전거 타고 감

- 같이 자전거 타고 잠실한강공원 가서 컵라면 먹고 옴 등등




2. 자연친화적인 일상


강남 아파트 빌딩숲에서 어떻게 자연친화적으로 사냐!

아무래도 이사를 잘못 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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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돌아와서 생각했었거든?


근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땅덩이도 밴댕이 속알딱지만 한데,

수도권으로 사람은 모여터지고

무슨 대공원 타령이냐.

대신 한국은 지하철 역 옆에 바로 갈 수 있는 산이 도처에 있다!

외국에서 지하철 타고 산 갈 수 있냐?!'


- 그래서 저번에는 대모산을 가봤어.

혼자....

에서 10분 걸으면 대모산이더라?


하....

민망하더라.???

빌딩숲이니 뭐니.. 내 핑계였던 거지.


- 양재천을 가봤어.

따릉이 빌려서. 한강까지도 갔어...

양재천도 걸어서 10분이더라?


하...

빌딩숲이니 뭐니.. 내 핑계였던 거지.


Home이 다시 보이더라?


대모산과 양재천 사이에 자연에 둘러싸인

'배산임수'인 곳인데


난 이사 온 2년 동안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서양의 대자연, 공원 타령을 하고 있었구나...(전형적인 외국물 잘못 먹은 케이스)


반성했어.


- 그리고

애가 킥보드나 자전거 탈 때,

요새 옆에서 조깅해.

아님 같이 따릉이 빌려 타기도 하고.


사람이 땅을 밟고

걷고 뛰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체험하고 있어.


대치동 사교육을 끊어보니

나도 주중에 운전할 일 제로야.

정말 너무 좋아.


이건 스트레스 이빠이인 대치동 라이드

(차 안 대기시간 포함)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815 해방에 가까운 홀가분함이야.


초2는 아직 안 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를 정말 자유하게 하더라.

(feat. 영재나 모범생이 아니기 때문에. 고맙다. 아들아!)


- 그리고 준이는 새로이 양재천 생태체험 팀을 꾸렸어.

(지인이 결혼하고 은행 다니다 적성 안 맞아서 그만두고 숲해설가로 전향하심)

숲과 천이 품어주는 그 시간을 좀 더 누리라고 말이지.




3. 포기할 수 없는 교육인데 잘 안 되는 건 엄마표 포기하고 외주로 넘김


내가 지금까지 애 책 읽게 하려고 안 해본 짓이 없거든.

책 읽는 학원이 세상에 제일 돈지랄이다..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 자식 키워보니까.

그리고 너네 집 애들 둘이랑 같이 키워보니까.


결론은

읽는 놈은
부모와 환경이 어떻든 읽고

안 읽는 놈은
환경 세팅이고 뭐고
안 읽으니
잡아다 읽혀야 한다.


결론: 잡아다 읽혀야 한다!!!!


그래서 내가 뭔가 하려는 마음을 얼마간 포기하고

9월부터 책 읽는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어.


줄글 독서는 이 나이에 정말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다은, 너와 거기서 이야기했듯이,

요즘 한국 엄마들 사이에 독서교육이

강박 수준인 게 분명하긴 하지만,

그리고 우리는 어렸을 때 엄마가 막 전집사고 국어학원 안 다니게 했어도

나중에 공부 잘만하긴 했다만,


근데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그 시대랑 이 시대는

조선시대와 현대의 차이만큼

애들이 자라는 환경이 다른 것 같아.


한국이 독서교육 강박이 있다 해도

균형이 당최 안 맞을 정도로

한국 애들이 미디어(노트북, 핸드폰, 게임, 컴퓨터, 패드...)에 노출이

전 세계 애들에 비해서도

유독 너무나 심하다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줄글 독서를 그 시간만이라도 하도록 보내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이야.


걱정 마. 다은. 런던에 그런 데 없어도.


너희 집 두 아이는

안 다녀도 돼.

집에서 혼자 읽고 있는 애들이니까^^













4. 한편, 사교육(수학 학원)에 끌려다니던 것을 끊음.

대치동 라이드 싫었거든.

차 가지고 다니는 거 평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학원의 과도한 선행도 뭔가 찜찜했거든.

내 아이는 현행도 가끔 버퍼링 나는데.

복습도 숙제도 안 하려고 하고 학원만 왔다 갔다 하는 아이 보는 거.

짜증 났거든.

그런데 내가 돈 쓰고 있는 거 진짜 싫었거든.


왜 했냐?


다 하니까.

불안해서.

주위를 보니 내 애는 수학공부도 제일 조금 하는 축에 속하니까.

이거라도 하나 보내면 안심돼서.

그런데 요즘 끊고

집공부를 하게 된 거 너무 좋아.

자기 주도성이 진짜 좀 길러지고 있는 것 같아.


어제는 애가 억울해하며 그랬어.

"어쩌다 보니 학원 다닐 때보다 내가 더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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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이눔아!

그게 집 공부의 핵심이지!


한 달 반째 나름 순항중이야.


지난 추석 때는 매일 수학에 대한 포상으로

남편이 애 친구들이랑 스크린 야구장에 데려가기도 했어.





쓰고 보니 별개 없네?


근데 아까 상담할 때 왜 이렇게 뿌듯했지?

아들 둘 다 키우신 상담사가 너~~~ 무 잘하셨다고

지금 진짜 잘하고 있는 거라고 격하게 축하해 줬거든.


내가 기뻤던 건.

누구의 격려 때문이 아니라.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아.


선망하는 어느 외국의 어느 학교 보내지 않아도.

한국에서 뭐 사립이나 국제학교 꼭 보내지 않아도

자연환경이 풍부한 어디로 이사 가지 않아도.

크게 내 삶에 뭘 변화시키지 않아도.

애가 뭐 크게 바뀌지 않아도.


내가 9월과 10월에 작은 선택을 용기 내어했다!!


그리고

일상에 조그만 변화들이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내 삶이 훨씬

풍요롭고

가볍고

행복하게 되었다! 는

경험.


그 경험을 해서 너무 좋았던 가을이었어.



용기

자신감

확신

일치

편안함

아이와의 소통

나 자신과의 소통


이런 자잘한 경험들이 내가

앞으로의 삶을 살며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큰 힘이 되겠지?


특히 사교육이 넘쳐나고

대치동 라이드가 그냥 엄마들의 일상인 이 강남땅에서

어쩌다 보니 이사를 와있는데.


그냥..

나답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믿는 '그 교육과 양육'

내 아이와 함께 하는 그 기쁨이 컸던 것 같아.


그리고


난 나답게 살아야

숨이 쉬어지는 유형의 인간인 것 같고.


누가 안 그러겠냐마는 말이지.


다은.

오늘 넌
너답게 살았어?


어떤 게 널 너답게 살지 못하게 했어?


어떤 불안 때문에

네가 옳다고 믿는 것을

네 아이에게 주지 못했어?


우리 이런 이야기는 끝없이 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너희 집 이야기도 듣고 싶어!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