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
요즘 준이는
"난 안 가면 안 돼?
나만 안 가면 왜 안돼?
거기 가기 싫은데"라고 벌써부터 말하기 시작했어.
저번에는 시부모님이랑 식사하는데
가기 싫다고 하더니
이번 주 토요일에는 추워지기 전에 셋이 남산을 가자고 했는데
자긴 집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가기 싫다나?
그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그냥 집에 있는 거래.
참네.
이게 겨우 초2가!!
벌써부터 할 말이냐규!!!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이런 얘기는 안 했거든?
늘 그냥 엄마 아빠가 가면 묻.따.안 당연히 같이 가는 거였거든?
당연히 따라가는 거니까 그거 말고
다른 걸 하자고 할 때는 있어도
자기 혼자 남겠다거나
자기 혼자 다른 걸 하겠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래서 남편과 이런 생각을 나눴어.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아이의 유년기가
곧
끝나겠구나
다은
어제는 자는 아이 얼굴을 오래 보고있었어.
준이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자려고 누울 때
나에게 이렇게 말하거든
엄마 안아줘
그러면 나는 거의 5-6년째 똑같이 대답하고 있어.
천 번도 만 번도 안아줄 수 있지 ~
사랑해~
고마워~
축복해~
그리고 꼭 안아주고
머리에 손을 얹고
"하나님.
우리 준이를 축복해 주세요.
자는 동안 몸과 마음이 회복되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하지.
'사랑해 고마워 축복해'
이 말은 사실 표절인데
'닥치고 군대육아'로 유명해진 하은맘이
워킹맘으로 너무 바쁠 때
할머니 집에서 자기한테 전화한 딸한테
통화 끝날 때마다 주문처럼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그날부터 따라 하기 시작한 거였어.
돌아보니까
수년동안
이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날도 있었지만
진짜 난 피곤해죽겠는데 애는 너무 안 자니까 짜증 나서
영혼 가출하듯 주문처럼 외웠던 날들도 많았어.
어떤 날은
내 마음이 지옥 같아서
오히려 이렇게 되고 싶어서!
의지적으로 선언하듯이 말한 적도 많았고.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때그때 나의 진짜 상태와 '상관없이'
아이에게
매일매일 그 말을 해주고
안아주고 있었다는 게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왜냐면
불현듯 어느 날
내 생각보다 빨리...
준이는
'엄마 안아줘'가 아니라
엄마 내 방에서 나가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는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할 시기가 올 테니까 말이지.
그 사춘기의 시기를 건강하게 건너기 위해
나와 준이는 지금 8년이 넘게
포옹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겠지?
마치 요셉이
앞으로 닥칠 극심한 흉년을 위해
풍년이었던 몇 년 동안
곡식을 저축하듯이?
다은.
이번 여름에
너의 두 아이가 얼마나 너에게 많이 안기는지
얼마나 많은 포옹과 대화를 저축하고 있는지
수다스러운 너희 아이들이
얼마나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둘째는 나에게도
그 소중한 포옹을 나눠주고
뽀뽀도 매일 해줬잖아.
나 너무 행복했어!

우리... 이 끈적끈적하고 때론 지긋지긋한 것도 같은
아이들의 유년기를 한껏 누리자고.
조만간 끝날테니 말이지!
넌 아이들의 유년기가
영국에 서라 더욱더 특별할 테니
포옹과 뽀뽀를 많이 많이 저축해서 오길 바라.
오늘도 정신없는 중에도
'안아주는 부모(holding envrionment)(도널드 위니컷)'가 되는
우리를 위하여!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