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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11. 2021

월요일은 분리수거함 뒤지는 날(2020.0111)

비폭력대화(nvc)로 삶을 살아내기 -14화


1. 플라스틱 배출량 관찰하기


지난 월요일부터 2주째

우리 집 분리수거함을 뒤지고 있다.


화요일이 단체 배출일이니까

기억하기 쉽게 월요일로  

'3인 가족이 만든 쓰레기 관찰일'을 잡았다.

 

꺼내고, 찍고,

10초면 된다.


올해의 화두는 '나를 정확히 알기'인데,

쓰레기 뒤지기도 ' 나 자신을 알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내가 하고 있는 짓.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고 싶다.

가감 없이!




1월 첫주 플라스틱 배출량



-딸기팩

-두부 팩

-소포장 요거트

-소포장 다짐 냉동육

-소포장 김

-주방세제 용기

-화장품 용기

-뭘 사 먹었는지 기억 안 나지만 국 포장용기 2개

-빨대도 많이 썼는데 일반쓰레기에 버렸는지 못 찾음



둘째 주도 살펴보니

비슷한 패턴이다.


1월 둘째주 플라스틱 배출량


-again 두부 팩

- agian 딸기팩

- again 소포장 김

- again 소포장 요거트

 - 친구가 준 생수병

 - 빨대

- 세탁조 청소 세제 용기

- 냉동 깻잎전 용기

- again  포장국 용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떤 건 대안이 바로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건 생각은 나는데 엄두가 안 난다.

어떤 건 생산자가 의식전환이 일어나야 될 듯?



* 소포장 요거트

-> 대안 있음-> 대용량을 산다 (이왕이면 유리병이나 종이팩)



* 소포장 김....

-> 대안 있지만... 대가를 치러야 함 ->

아... 이건 준이 밥먹일 때 미끼상품인데. 요새 1일 1봉을 하고 있는 건데. 이거 없으면 밥 못 먹이는데 ㅠ.ㅠ.

집에 특산품 '햇곱창 돌김'을 고이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까서 주는 한팩김의 편리함에 완전히 절어서

그걸 꺼내어 구워볼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 좀 해보자.



* 딸기팩, 두부 팩은 어찌해야 할까???

->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이 플라스틱 말고 다른 곳에 상품을 포장할 수는 없는가?



* 주방세제

-> 코로나로 집에 있으니 엄청 많이 쓴다.  

작은 플라스틱을 계속 사지 말고 대용량을 사서 리필해서 쓰자.



* take out 포장용기

-> 대안 있으나 대가를 치러야 함 -> 우리 집에 있는 스텐이나 유리 용기를 식당에 가져가서 여기에 담아달라고 하면 되는데.

과연 내가 실행할 수 있을까?

(feat. 약간의 주목 받음. 유난 떤다는 비난 감수. 번거로움)  





2. 칭찬해~


스스로 칭찬하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칭찬도 self로!

하다 보면 느는 것 같다.



1) 내 사랑 보자기


" 어머님~ 준이 어린이집 이불은 안 헷갈려요~

보자기에 싸서 보내시는 분은

어머님밖에 없어요~크크"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금요일마다 어린이집 낮잠 이불을 가져다 빨던 시절이 있었다.

무슨 피난 가는 것도 아니고.

노란색 보자기에 이불을 질끈 묶어 온다.

물건 사이즈에 맞는 봉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 보자기는 쓸수록 요물이다.

설날 추석날 요기저기에서 얻게 된 보자기들인데,

색도 다양하고.

크기도 내가 맞춰 묶기 나름이고.


신문지 펼 필요 없이,

야채 다듬을 때도 촤라락 폈다가 싱크대로 싸서 가면 직행해서 버릴 수 있고,

아까 플라스틱 뒤질 때도 깔고 했더니 세상 편하더구먼.

세탁도 엄청 편해!

망에 넣고 세탁기에 던져버려~궈궈~~

 


요즘 최애 템은 저 푸른 바다색!

우리집 보자기들


2) 실리콘 빨대를 찾았다!


나는 구강기 고착이라

음료를 빨대로 먹는 걸 좋아하고

그 후 잘근잘근 집는 걸 즐긴다.


근데 요즘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데 찔림이 심했다ㅠ.ㅠ. 지구야~~!!


종이 빨대 씹으면 죽되요~

유리 빨대 안 씹혀요~

플라스틱은 줄이기로 다짐했지~


어떡하나?


대안은 없는가?

연말부터 궁리하다가 드디어 찾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없는 게 없는 대단한 나라.

내 돈 주고 써보리.




3) 새벽 배송 줄이기

새벽 배송은 작년 한 해 내 사랑이었다.

이렇게 편한 걸 아직도 안 하면

그런 바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준'이 바뀌니까 이 생각도 바뀌더라.


새벽 배송은

쓰레기가 어마 무시하게 나온다.


그나마. 오아시스는 개인 보냉백이라도 쓰지만,

마켓 컬리는 장난 아니다....

냉장,

냉동,

상온 제품마다

1개를 시켜도 종이 상자가 따로 다 있고.



'우리는 최대한 종이만 써요~'


이러고 앉아있다.

종이는 뭐!

공기로 만드냐?!

나빠~~~~~~~~~~



작년에는 일주일에 2-3번은 시키던 새벽 배송을

8일 전 1번 시키고 지금까지 안 시키고 있다.


산책갈때 슈퍼에서 직접 조금씩 보충하고

냉장고 털 이중.

덕분에 돈이 모이네?


이런 나를 칭찬해~~~~^^




3. 실패도 나누기


실패도 나누면 힘이 되니까 나눠본다.


소용량 주방 플라스틱 세제통을 배출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대용량을 사서 리필을 하자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을 뒤진다.


처음에는 플라스틱 통은 안! 사야지!

굳게 다짐했으나.

가성비 끝판왕인 상품을 발견하고

홀린 듯이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고 만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자고 시작한 쇼핑이.

4리터짜리 엄청 큰 플라스틱 통 쓰레기 2개를 사버렸다.

지금 그 쓰레기가 우리 집으로 배송되고 있다.




내 정체성이 '소비자'였을 때는 '가성비'가 결정할 때 가장 큰 기준이었겠지만.

정체성을 '지구 에어비앤비 투숙객'으로 바꾸려면,

가성비는 개나 줘야 할 듯하다.


이건 평생 소비자로 살아온 나에게

너무나 어색한 일이라.


결단이 필요할 듯.

이미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다.



4. 이게 비폭력대화(nvc)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작년부터 내가 하는 말을 관찰해보니

'일치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나는 진짜로 일치되고 싶다.

요즘 나에게 굉장히 절실한 욕구이다.


믿는 것이 삶으로 살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알게 된 것, 깨닫게 된 것이

내 삶으로 살아지기를 원한다.


아는 것 & 사는 것 따로인

삶의 소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한편, 비폭력대화의 기본 스텝은  

일단 '사진 찍듯' 관찰하고,

그다음은 '내 느낌과 욕구를 찾는 것'이고,

그다음은 행동(나와 남에게 부탁)하기다.


월요일마다 분리수거함을 뒤지는 내 행동은

짧지만 이 모든 스텝을 다 담고 있다.





덧.



플라스틱 칸을 뒤지다가

비닐 칸에서

남편이 일주일간 먹은 과자봉지가 보여서

꺼내어 세봤다.


참 다양하게도 드시더구먼.

보약처럼 꾸준히.

1일 1 봉남.


남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싶어서

다시 조용히 과자봉지를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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