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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21. 2021

조언의 혀에 hold 걸기(2020.0906)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23화

1.


어제 비폭력대화 모임에서 잠시 진행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끝나고 feedbck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 인도자셨던 이희자 쌤께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유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비폭력적일 수가!
 

"누군가가 무엇에 대해 첫 시도를 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에서는
일단 '축하'부터 해주어야 해요.

그 뒤에 '애도 거리'를 찾아야 한답니다.

이 순서를 꼭 명심하세요.

그리고, 어떤 것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처음 몇 번은
'의도적'으로 애도 과정을 제치고
축하만 해주는 방법도 추천해요~"



2.

우리 집 준이가 생각났다.

최근 기저귀를 떼고서
변기에 쉬를 싸고 응가를 하고 있다.

그때마다 마치 자식이 황금종려상을 탄 어미처럼
격하게 반응해주고 있다.

'오 마이갓 오 마이갓!'을 외치며
아이 보는 데서 식구들을 다 른다.
리고 그 더러운 똥을 중간에 두고 둥글게 서서 관람을 하 것이다.

"이야~황금종려상은 아니지만 황금변이다~"

핸드폰을 들고 감격에 젖어
똥과 나와 준이, 이렇게 셋이 기념촬영까지 하려는 걸
남편이 '제발 이러지 말라'해서 관뒀다.

'너 여기 오줌 방울 떨어뜨렸잖아~?
정신 차리고 잘 조준하라고~응?'
하지 않았다.

엄마가 자기를 공개적으로 자랑스러워할 때
그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아이의 표정이란!

표정을 숨길 수 없는 나이.

이럴 때는 아이 키우는 맛이 최고다.





3.
다시 피드백 이야기로 돌아와서.

'축하할 점을 먼저, 애도할 것은 나중에'

여기까지는 '그냥. 아 맞다. 어디서 들어봤어'였다.

그런데, 관건은 다음이다.


"개선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줄 때도
상대가 지금 그것을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들을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꼭 사전에 묻고 해야 해요~

그리고,
'제가 조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설사 그 사람이  '네! 그럼요!'라고 말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표정!

흔들리는 눈동자!
 
1초 만에 흔쾌히 예스하지 못하는 미묘한 망설임!

이런 비언어적인 것을 잘~ 살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기에
'조언해주세요!'라고 입은 말할 거예요.

그러나 표정과 몸짓까지 숨길수는 없거든요.

그때는 조언을 다음으로 미루세요.

1) 상대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이고
2) 상대가 '요청할 때만' 
조언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어요.
그런 조언은 피가 되고 살이 되지요.

우리가 강제 조언 강행함으로써
연결도 끊기고 조언도 전달되지 않던 적 얼마나 많가요?"




나는 요 부분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이 부분에서.

조언하려던 입을 오로지 상대를 위해 hold 하는
'이 아름다운 철회의 순간'을 상상하며
가슴이 격하게 뛰고 눈물이 쏙 나려 했다.

정말 그 사람을 진심으로 알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정말 그 존재를 깊이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그 순간 조언 hold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에 몰두해서는
'조언' 그 자체에 몰두해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상대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 찰나에 상대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조용히 입을 닫는 그 순간.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갑자기 슬퍼진다.


망설이는 내 눈동자를 보고
조언을 hold 하는 그런 사람.
내가 지금까지 만나보았던가.


모르겠다.


초중고대 정규교육과 취업시장, 그리고 직장에서

조언은 그냥 공기였다.
만연해서 당연하고, 당연해서 의식조차 없는 것.

나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완벽히 순응하여
심지어 최근까지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피드백할 때 단점 지적 파트가 없으면 그 시간에 건질 게 없는 것 같아~
칭찬과 축하 일색의 말을 하려면,
다들 시간도 없는데 그런 자리는 왜 만들고 서로 말은 왜 해?
좋은 점만 말하는 거. 그건 팩트가 아니잖아?'

팩트 엄청 고 다녔다.




그런데...
내가 받았던 그 날카롭고 유용하고 생산적이라는 지적들은 얼마만큼 나를 발전시켰나?

그리고 얼마만큼 상대와 나를 '연결'해주었을까?

얼마만큼
'더 잘해보고 싶다고, 나... 계속해보고 싶다'힘이 나게 했을까?




4.
 
조언하는 것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운 직업을 가졌다.

태생적인 기질조차 오지라퍼의 전형이다.

조언은 입에서 1초 만에 그냥 튀어나온다.

그런데 요즘 들어 깨닫게 된 건
조언은 대부분 남한테 '자기 욕구'를 말하는 거더라.
(feat. 마음속 깊은 곳의 교만과 우월함)

기쁘게도 요즘은 대화중에 혼자 수시로 이런 구호를 외친다.
굳어져버린 내 습관을 너무나 고치고 싶어서.



조언은 요청할 때만!
조언은 요청할 때만!
조언은 요청할 때만!

구호를 외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
실제로 말에서 조언이 꽤나 다이어트되었다.

한동안 해보고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나에게 조언해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주로 공감을 원하더라!
한 마디로. 내가 조언할 일이 별로 없다.
다들 힘들다 뭐다 해도, 자기 인생 잘 살아간다).


그리고 조언이 진~~~ 짜 급한 사람은
대화 초장부터 말하더라.
"나 물어볼 게 있는데

 "나 알고 싶은 게 있는데"
"나 진짜 궁금하게 있어서~" 등등


그러니 헷갈릴 일이 거의 없다.







처음 연습모임을 진행해보고  
'의도적인 격려와 칭찬 일색의 피드백'을 받았다.

이렇게 의도된 순도 100%의 격려.

오랜만이 아니라
처음인 것도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피드백이었지만
그 고스톱. 

치고나니
참... 힘이 나고 고맙고 더 잘해보고 싶은 의욕이 솟게 하는구나!  

줄 줄 알고 알고 받는 선물도
선물은 선물이라 언제나 기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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