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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22. 2021

조언에 실려온 당신의 욕구 (2021.0122)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24화

1.


조언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최근에 조언을 자청했던 일이 하나 떠오른다.

작년 겨울.
"아이 유치원을 어디를 보내야 돼요?
저 조언이 필요해요"

정말 모르겠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대놓고 조언을 구했다.


유치원은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코로나로 입학설명회도 다 취소되고. 건물 안에 들어가보는 것도 금지되고. 어렵다.


지인 1: 집 앞에 있는 유치원이 최고지~
(가까운 거리. 이분은 등 하원 때의 편리함과 여유를 원한다 )


지인 2: 지나고 보면 유치원 별거 없고, 그냥 어린이집이랑 같이 있는 보육 하는데 보내요~
이런데는 등하원 시간이 융통성 있 좋아요.  
그리고 싸니까, 절약한 돈으로 애가 배우고 싶다는 거 시켜줘요.
7세쯤 되면 배우고 싶다는 거 많아져요~

(이분은, 실제로 여러 자녀들을 이렇게 키우며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를 누렸다. )


지인 3: 나라면 돈만되면 영유 보낸다~영어 하나 잘해놓으면 나중에 뭐라도 하겠지~

( 이 분은 '영어'라는 수단을 갖추면,
인생이 평탄할 거라고 믿는다.
아이가 평탄하게 살면, 엄마로서 안정감을 느끼고 마음이 편안할 거라고 생각한다. )


지인 4: 가성비를 따져보면, 5,6세에 영유를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7세에는 보내요.
우리 애는 아예 안 보냈다가,
초등학교 때 학원 가니까 3학년인 애를, 1학년 반에 배정해서 영어 자신감 정말 떨어지고 지금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

(충족되지 않은 욕구: 이 엄마는 후회하고 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는 후회. 죄책감.)


지인 5: OO유치원 시설이 끝내줘요. 안에 수영장도 있고~없는 게 없어. 셔틀도 오니까 거기 보내요.

(욕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치원,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


지인 6: 맞벌이할 거죠? 그럼 OO 유치원이지.
방과 후 수업 종류가 빵빵하고, 애가 오래 남아도 다 같이 많이 남아서 눈치도 안 보이고, 좋아해요~

( 욕구: 아이를 늦게까지 맡길 수 있는가? 워킹맘으로서 아이와 엄마의 마음 편함. 하원 도우미를 쓰지 않아 경제적 )
 

지인 7: 나는 놀이학교 보내는데~
어차피 놀이학교도 영어 다 해요~
영어유치원은 너무 어릴 때 공부시키는 것 같아서 짠해서,
이것 저것 하고 놀라고, 나는 놀이학교 보내요.

(욕구: 학습은 덜 시키되, 좀 더 특별한 것들을 시켜보고 싶을 때 )



아... 머리 아프구먼...
유치원부터 뭐 이리 머리가 아프지.


그 당시에도 조언의 홍수 속에서 머리가 지끈지끈했는데,
쓰면서도 또 어지럽다.




2. 언은...



조언은
1) 자신의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를 반영하거나
2) 자신이 엄청 충족된 욕구를 반영하거나
이다.


내 욕구?

조언해 주는 그들은 모르지.

그래서 결국,
내 욕구는 내가 찾아야 한다.

무슨 일을 결정할 때, 남들의 백 마디 조언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아무리 들어본 들,
그것들은 그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뿐이다.

내 욕구 안 찾고 남 따라가다가는
비단 고르다 삼베 고르는 일이 일어난다!



3.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고?


유치원 지원 주간 동안
내 욕구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충족시키고 싶은 욕구는.

첫째. 경제적 안정감, 도움 주고 싶음(효능감, 능력)


돈은 나중을 위해 아끼고 싶다.

고이 고이 잘~ 모아놨다가 고등학교 때나 그 이후 교육에,
애가 하고 싶다는 게 있을 때 팍팍 써주고 싶다.  
영유나 놀이학교는 내 생각에는 이 나이에. 너무 비싸다.
내 생각에 이 나이는 그냥
땅이나 파고 돌이나 줍고 다녀도 모든 것이 배움이다.


욕구가 뭘까...
돈을 저축해놔서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갖고 싶을까?

정말 필요할 때, 자녀를 확~ 돕고 싶은 마음은...?
'도움'인 줄 알았는데

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유능'하고 싶은 것 같다.
(아..
갑자기 내가 믿는 신보다
나는 진정 돈을 믿는가?
선교사님들은 선교현장에 가서 돈 한푼 없이도 본인이 믿으시는 신을 믿고 애들 홈스쿨링 시키시는데....

가는 신음이 나온다.)




둘째, 삶에서 '외주'보다 '자립'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런 신조와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다.


중등교육 전까지는 바깥으로 외주 주는 것보다,
집에서 커버할 수 있는 한,
엄마가 어찌어찌 아이와 살 부딪히며 배움을 키워나가는 삶을 지향한다.

교육에 대해 (할 수 있다면)
가정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험해보고 싶다.

일반 유치원보다 두 세배를 더 내야 하는
영유나 놀이학교까지 안 가도,

그냥 일반 유치원의 누리교육과정을 신뢰하며,
집에서 아이의 눈높이와 흥미에 맞는 한글책과 영어책을 가득 채워주는 삶을 지향한다.
그 책의 세계로 아이를 인도하는 게 훨씬 배움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거기에 엄마가 애랑 그걸 같이 해?
그러면 한때, 이 아이와 친근했던 관계는 돈 주고도 못 살 것 같다.
사실 아이 책 읽기는 요즘 내가 더 즐기고 있다.

아이 낳기 전에 가졌던 소신대로
아이를 낳고 기를 때도 한번 살 아내 보고 싶다.

일치로 나아가는 삶은 흥미진진하다.


(한편,  '이러다 내 애만 바보 되는 거 아냐?'라는 불안은 늘 옆구리에 끼고 산다.
 
게다가 하고 싶은 건 느무나 많아서 체력과 시간이 늘 쪼들린다.

게+게다가 이제 직장까지 다닐 예정.

언제 이 소신(?)을 내팽게칠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책들






셋째, 익숙함? 안정감? 친밀함?

사실. OO유치원으로 결정할 때,
이 욕구가 제일 컸다.

현재,  아이랑 제일 친한 두 집이 OO유치원에 간단다.
그래서... 결국 나도 묻어 보낸다.

늘 셋이 같이 다니고, 엄마들도 같이 다니는데,
이 유치원에 같이 보내면
지금까지의 친밀함, 익숙함, 안정감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친구 따라 OO유치원 간 거다.


뭐야. 싱겁기는!
 
비단 고르다가 삼베 골라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보내보면 겠지.

그런데 또 유치원이 거기서 거기다 싶어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매일 같이 노는 동무들



4.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


유치원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사람들은 어떤 욕구로 사나.. 공부가 꽤 됐다.

모든 행동 뒤에는
정말 욕구가 있더라.

'그럼 내 욕구는 뭐지?'
하고 파고들어가다가
내 욕구도 전보다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과정만으로 의미다.


'아. 그래서 아이에게 결정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거구나!'


조그만 것부터,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회를 내어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알게 되는 지름길이다.


나 포함. 리나라 엄마들이 최악으로 못하는 게 요건데 말이지.


자잘한 결정 경험들이 쌓여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찾아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내가 진짜 뭘 좋아하고, 뭘 원하지?' 생각할 줄 알고
생동감 있게 자기 인생을 끌고 나가는

성숙하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자기 욕구를 아는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휘어잡아지지는 않을 아이라.
그런 아이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운 마음이 훅~치고 들어 온다.


나는 또 이 순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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