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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Feb 02. 2021

병 꽂이를 시도해보다(2021.0201)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33화




병 꽂이란?

병을 가져가서
꽃집에서 꽃을 담아오는 것


장점
1) 바로 버려질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2) 내가 집에 가서 하면 뭔가가 어설프게 되나, 전문가가 처음부터 병에 꽂아주면 매우 예쁘다.

그래서.
어제 해봤다.

2월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며.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어찌 되려나~~~?'

 
남편과 아들은 "이거 뭐야?"하고 재차 물었다.  

부피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놀이터 갔다가 꽃집 갈 거니까 병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집에 있던 튜브 안에 병을 넣었다.

튜브 안에 넣은 병




두둥.
드디어 꽃집에 들어선 순간.

"이 병에 꽂을 꽃을 사고 싶은데요"


".......?"

(다시 한번)
" 이 병에 꽃을 담아 가서, 집에 놓고 싶어요"


" 아......"



(적막)




"어떤 꽃이 지금 제일 좋아요?
프리지어 싱싱한가요?"


"(한 단을 보여주며)
프리지어는 최소 단위가 이거예요.
저 병에 안 들어갈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내쪽에서)
"아......"




(나는 부끄러워하며
어렵게 가져온 병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고 만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아까와는 다른 부탁을 한다)

"그러면 그냥 프리지어 한 단 주세요.
그런데 포장은 안 해주셔도 돼요.
포장지 사용을 줄이고 싶어서요"




" 아.......
날씨가 추워서 꽃을 꼭 포장해가셔야 하는데.
바깥바람을 맞으면 꽃이 바로 상해요"


(내쪽에서 또 한 번의 )
"아........"


" 저희는 꽃이 제일 우선이니까요"


꽃이 제일 우선이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다.

왠지 이 말이  마음에 든다.



"음..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대화 종결)







그래서 가져온 꽃의 형태는 이것.

종이로 꽃을 덮어주었다.

두 번의 부탁을  모두 거절당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괜찮다.

'저희는 꽃이 제일 우선이니까요'

이 말이 계속 들리는 것만 같다.


맞다.
플로리스트에게는 꽃이 제일 소중하지.

꽃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플로리스트가 좋다.
나한테 고집을 부리는 당신이 좋다.


나무를 사랑하는 목수

음식이 소중한 요리사

학생이 보고 싶은 교사

나는 이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지구를 지켜주고 싶었던 내 시도는 실패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그녀의 욕구와 만났다.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조용하지만 단호히 표현했던 그녀의 용기.
나는 그 용기가 질투 난다.


질투가 날 때는 똑같이 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질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동지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이렇게 해보련다.

용기 내어
꽃을 바람으로부터 막을 용기(container)를 가져겠다. 그리고,
"여기 꽃을 담아주세요"라고 말해야지.

'용기 안에 용기'~예어~~



당신의 꽃에 대한 사랑을 존중하면서
나의 지구에 대한 사랑을 존중할.


둘 다의 바람을 만족시킬 아름다운 방법을
분명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으로 배우는 비폭력 대화의 꽃. 부탁.  










플로리스트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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