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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Feb 01. 2021

굿바이! 1월!(2021.0131)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32화


1. 굿바이 1월!



2021년 1월이 갔다.

삶은 '축하와 애도'의 연속이라고.
 
별일이 있어야 축하하고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별일 없어도
껀수잡아 하는 것이 더 별하다.



서른한 개의 낮과 서른한 개의 밤들이 지나간 것을 기념했다.  

축하와 애도의 의미로
근처 꽃집에서 프리지어를 사 왔다.

고작 7000원으로
부엌에 꽃 향기가 진동하고
봄기운이 집안을 제압한다.


 


2.  이런 것에 축하를!


1) 쓰고, 또 쓰고, 쓰다.

한 달 동안 브런치에 부지런히 글을 썼다.
매일매일 일개미처럼 하나씩.
애 재우고 뭐에 홀린 듯 다시 일어나
밤마다 자판을 두드렸다.

양치하듯
그렇게 써 내려가고 보니 30개가 채워졌다.

30개가 채워지면 자동으로 발행되는 듯한,
'자가출판 가능'이라는 팝업창도 받았다.

'출판해서 뭐하나?'
'자가출판은 나에게 어떤 의미지?'
 
흠...
딱히 당기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무언가를 공개적으로 썼다는 것.
그 자체는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 매일
- 공개적으로
- 쓰다
 
인생에 한 번도 안 해본 짓을 해본 것을
자축한다.
인생에 한 번도 안 해본 짓도

이제 와서 해낼 수 있음을 확인하니.

기운이 나고,

자신감이 솟고,

신난다.



2) 돈을 쓰는 나를 기록하다.


한 달 동안 가계부도 매일 썼다.
 
하루 예산 가계부라고,
아무 공책이나 굴러다니는 거 하나 정해서
매일 밤 쓰는 건데,
오늘 1월 한 달 결산을 해보았다.

식비는 집밥을 주로 먹었더니
선방해서 꽤나 만족스럽고,

할 수 없이 쓴 돈, 남 눈치 보느라 쓴 기록을 보니
아까워 죽겠으며
(다음엔 no 하리라. 나답게 살리라! 다짐했다),

아이 명목으로 나가는 돈이 꽤 되는 것을 보고
작은 생명 하나 기르는 것이
정말 가벼운 일이 아니구나 싶고,  

헌금과 기부금, 선물비 등을 보니
내가 한 짓인데 놀랍다.

가계부까지 정리하고 나니
정말 월말 같다.  


아빠는
"돈은 쓴 놈이 임자더라. 쓰고 살아라"하고,

엄마는
"돈 없으면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아냐"라고 하며 모으고 불리고 열심이었는데,

두 분 각각의 돈에 대한 욕구가 많이 달랐구나.
새삼 깨닫는다.

나는 돈을 어떻게 쓰고 있나,
나는 돈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
나는 돈에 대해 어떻게 자녀에게 말하고 싶나.

아직 주관이란 게 없이 이랬다 저랬다 다.

2월에도 계속 기록하며 알아채 보려 한다.


- 1월 가계부 쓰는데 참고했던 블로그-







3. 1월을 보내주며,  애도할 것


1) 몸 움직이기


1월에 운동을 너무 못했다.

아.. 말은 바로 하자.

안 했다!

그나마 아티스트 웨이에서 내 준 숙제가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 20분 정도의 산책은 했다.

그리고 또....양심은 있어서.
유명 유투버의 스트레칭 동영상을 보며

뻣뻣하게 굳은 몸을 부여잡고 세네 번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작심삼일. 그게 끝.

머리를 굴리는 만큼,
손으로 뭔가 쓰는 만큼,
몸도 움직여 보고 싶은데.
늘 소원만 있다.

이렇게 1월도 가버린 것이 아쉽고
내 몸에게 미안하다.




2) 멀티 플레이어로 유능하게 산 것을 애도한다.

심히
심히
애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10분 안에
아래의 일을 모두 동시에 한다.

- 두 가지 정도의 과일을 깎으며 빵을 굽고
- 준이와는 입으로 일상 대화를 하면서
- 한 손으로는 폰을 들고 밤에 써놓은 글을 한번 휘리릭 읽고 나서 발행하고
- 내 입에 뭔가를 구겨 넣으면서
- 내 대각선에 앉은 애 입에 중간중간 뭘 넣어주고
- 애가 읽어달라는 동화책이 있다면, 내가 직접 녹음한 것들의 목록에서 찾아 틀어주며
- 거실 가습기에 물을 넣으면서
- 구글 홈에 "play the classical music"이라고 명령하고
- 밤새 와있는 카톡들을 확인하면서
- 건조기에 처밖힌 옷 중에, 어린이집에 입힐 것들을 빼서 밖으로 던진다.

이런 멀티태스킹 일상이
하루 종일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아이가 3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도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분주하다.

왜 이러고 살까?

그래야 유능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야 생산적인 것 같은 착각?
다 해내야 한다는 강박?
제대로 모두 챙기려는 완벽주의?

이런 느낌들에 속으며 사는 걸까?
 

최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이 며칠 전에 이렇게 말했다.


"아.. 저는 멀티 플레이가 정말로 안돼서..."


그때 선명하게 깨달아졌다.
내가 그래서 저분을 좋아했구나~~~~~!!!




'아..!!! 난 저걸 배워야 한다!!
내 문제는 멀티 플레이하는 것이나!'



저분은 멀티를 안 해서
나에게 이야기할 때 자기 안에 여유가 느껴지고,
나와 대화할 때 온전히 집중해주는 느낌이.

카톡 답장은 하루 있다가 오더라도 따뜻하고,
자기 속도대로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 그 모습이 나랑은 뭔가가 다르다.  
인상적이다.  

몇 가지 덜하고 안 해도 풍성하고 충만한 삶!


아서 풍성한 게 아니라 적어서 풍성하다.


한 순간에 하나만.


한 순간에 하나만 할 때 느끼는 충만감이 분명히 있다.

지금도 그런 순간이다.

'쓰기'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심야 시간 내 일상 전반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아무 곳에서도 날 찾지 않고

아이도 남편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이 시간은

나에게는

지구의 핵까지 뚫고 들어가는 듯한 행복한 몰입의 시간이다.  



싱글 플레이!

2월에는 싱글 플레이하며 살고 싶다.
멀티에서 반 정도 덜어내고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코로나로 비행기도 못 타는데
핸드폰 비행기 모드라도 실컷 타야지.


못하는 걸 못하는 건,
못하는 거지만,

잘하는 걸 '안'하는 게

진짜 '절제'고 진짜 '조절'이.

멀티플레이.
너!!!

할 수 있지만  안 하련다.


칫뿡!





일상에서 비행기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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