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티스트 웨이에서 내 준 숙제가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 20분 정도의 산책은 했다.
그리고 또....양심은 있어서. 유명 유투버의 스트레칭 동영상을 보며
뻣뻣하게 굳은 몸을 부여잡고 세네 번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작심삼일. 그게 끝.
머리를 굴리는 만큼, 손으로 뭔가 쓰는 만큼, 몸도 움직여 보고 싶은데. 늘 소원만 있다.
이렇게 1월도 가버린 것이 아쉽고 내 몸에게 미안하다.
2) 멀티 플레이어로 유능하게 산 것을 애도한다.
심히 심히 애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10분 안에 아래의 일을 모두 동시에 한다.
- 두 가지 정도의 과일을 깎으며 빵을 굽고 - 준이와는 입으로 일상 대화를 하면서 - 한 손으로는 폰을 들고 밤에 써놓은 글을 한번 휘리릭 읽고 나서 발행하고 - 내 입에 뭔가를 구겨 넣으면서 - 내 대각선에 앉은 애 입에 중간중간 뭘 넣어주고 - 애가 읽어달라는 동화책이 있다면, 내가 직접녹음한 것들의 목록에서 찾아 틀어주며 - 거실 가습기에 물을 넣으면서 - 구글 홈에 "play the classical music"이라고 명령하고 - 밤새 와있는 카톡들을 확인하면서 - 건조기에 처밖힌 옷 중에, 어린이집에 입힐 것들을 빼서 밖으로 던진다.
이런 멀티태스킹 일상이 하루 종일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아이가 3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도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분주하다.
왜 이러고 살까?
그래야 유능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야 생산적인 것 같은 착각? 다 해내야 한다는 강박? 제대로 모두 챙기려는 완벽주의?
이런 느낌들에 속으며 사는 걸까?
최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이 며칠 전에 이렇게 말했다.
"아.. 저는 멀티 플레이가 정말로 안돼서..."
그때 선명하게 깨달아졌다. 내가 그래서 저분을 좋아했구나~~~~~!!!
'아..!!! 난 저걸 배워야 한다!! 내 문제는 멀티 플레이하는 것이구나!'
저분은 멀티를 안 해서 나에게 이야기할 때 자기 안에 여유가 느껴지고, 나와 대화할 때 온전히 집중해주는 느낌이다.
카톡 답장은 하루 있다가 오더라도 따뜻하고, 자기 속도대로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 그 모습이 나랑은 뭔가가 다르다. 인상적이다.
몇 가지 덜하고 안 해도풍성하고 충만한 삶!
많아서 풍성한 게 아니라 적어서 풍성하다.
한 순간에 하나만.
한 순간에 하나만 할 때 느끼는 충만감이 분명히 있다.
지금도 그런 순간이다.
'쓰기'
딱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심야 시간이 내 일상 전반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아무 곳에서도 날 찾지 않고
아이도 남편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이 시간은
나에게는
지구의 핵까지 뚫고 들어가는 듯한 행복한 몰입의 시간이다.
싱글 플레이!
2월에는 싱글 플레이하며 살고 싶다. 멀티에서 반 정도 덜어내고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