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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Feb 12. 2021

내 안의 못난이들 입양하기 (2021.0212)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 40화


1.

지난주, 아티스트 데이트 장소로
근처 대형 다이소를 생각해 냈다.

(아티스트 데이트란?

원칙적으로는 나 혼자,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 Little Rainbow(애칭: 리래)-와하는,
주 2시간 정도의 데이트)


다이소에 가면 늘
주방, 문구, 세탁, 청소 쪽 칸만 돌고 또 돌고 했다.
 
이 날은 리래와의 데이트를 위해
그쪽은 쳐다도 안 보기로 작정을 했다.
 
대신 평소에 전혀 가볼 생각도 안 했던,
어린이 문구류나 장난감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사실 사려고 찜해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을 입양할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2.

" 엄마는 모 ~ 살 거야?"

아이가 묻는다.



"나??? 그런 게 있어~"

대답하는데 엄청 뿌듯하다.

'나도 수세미, 국자, 랩, 매직블록~ 이런 거 말고
사고 싶은 장난감 있다고~~~~'
 

나도 정말 다섯 살이 된 것만 같다.

신기하게도, 아이랑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3.


종종 들르곤 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못난이 세 자매' 인형을 처음 보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형이라는데
나는  시대 뒤에 태어났는지 어쩐지
향수 같은 건 모르겠다.  

대신, 이상하게 끌린다.

계속 보게 되고
자꾸 보고 있다.


웃는 아이보다는 화난 아이와 우는 아이에게 묘하게 마음이 간다.

어디서건 저런 표정으로는 어른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들었을 거다. 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을 거다.

' 너는 왜 우니?'

'너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났어?'

묻고 있다.


웃는 아이에게도


' 너 진짜 기뻐?'


'아니면 불안해? 사랑받고 싶어?'



얘가 진짜 웃는 건지,
불안하거나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 가면 웃음을 짓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나도 참 웃기지.

고작 인형인데...  



인터넷 검색 끝에 다이소에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가서 보니, 개당으로 팔고 있다.  

'어떻게 한 개만 살 수 있어?'

일말의 고민 없이 세 자매를 한꺼번에 담는다.

세 인형이 나에게는 한 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 아이 다, 나 같다.

어느 하나를 빼놓고 떠날 수는 없다.

화.
슬픔.
기쁨.  

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다.



내 이제까지 웃기만 했다면
올해부터는 내 안의 화와 슬픔도 잘 쓰다듬어 주리라.

나부터
내 안의 화난 아이와
내 안의 우는 아이와 화해하리라.





4.


비이융~~ 철컥~ 휘~~융



아이는 오천 원짜리 몬스터 트럭을 고르고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어제 고모에게 미리 받은 세뱃돈 만원로 산 것이다.

나는 한 개에 2000원, 총 6천 원을 결재한다.

기분이 진다.

내가 내 손으로 나를 위한 장난감을 사본 게 얼마만이던가?
게다가 내 몫의 장난감에 아이보다 1000원을 더 쓰다니!

비록 혼자 오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나를 돌본 느낌이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뽁뽁이에 잘 싸 두었다.
직장 책상 위에 두려고 한다.
 

사회에서 인간 만상을 만날 텐데
그들 안에도,
내 안에도
어린 세 자매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공감할 여지는 늘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싶다.





장미 한 송이나 스케치북 따위를 사는 하찮은 행동일지라도,
그것은 내면의 창조성에게
"나는 네가 있다는 것과 네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알아. 앞으로는 너에게 더욱 가치 있는 미래를 약속할게"라는 당신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티스트 웨이, 238p>









덧.

메인 직업 두 개(주부, OO)를 가지고서  

글을 쓰는 아티스트로 생존 수 있을까.


이게 요즘 내 고민이다.


그래서 어느 유명 프리랜서의 처세술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프리랜서로서 일정을 꾸릴 때 '강-약-약-중강-약-약'으로 조절한다고 다.


그렇지 않고 '강-강-중강-강-강....' 이렇게 가면 만신창이가 되고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고.


그래서 오늘 콘셉트는 '약'이다.


이런 류의 브런치를 대접하는 것은

조리 시간과 에너지가 비교적 적게 든다.


(어제 '아빠의 여자 친구'는 최강이었다.


진액을 빼서 글로 만든 느낌.


슬픔을 완전히 통과한 개운함이 있지만,

늘 최강으로 쓸 수는 없음을 인정하 받아들여야 한다.

 

내 안의 '완벽주의 두려움' 다루고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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