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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Feb 17. 2021

쓰레기 기록하는 날(2021.0217)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43화


1. 레기를 기록하는 이유




나의 소비가

지구에게 폭력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떻게 하면 언어뿐 아니라

삶도 폭력적이지 않게 살까' 하는 고민을 하며

몇 주 만에 실태 점검을 해본다.


내가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기록'과 '공유'데,

하다~ 하다~가 이제

쓰레기마저 기록하고 있다.





2. 1월 마지막 주 플라스틱 배출량


1월 마지막주 우리집 플라스틱 배출량


계속해서 나오는 두부 용기, 느타리버섯 용기, 요플레, 김, 오아시스 밑반찬 용기, 딸기 용기, 방울토마토 용기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 집은 이렇게 꾸준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진단:

변화가 필요한 줄은 알지만

대안을 찾지 못해

길들여진 삶을 그냥 살고 있는 답보상태


느낌:

답답하고 안타깝다




피자를 시켜먹었는데,

작은 소스 용기, 작은 피클 용기, 그리고 피자 고정 플라스틱 1개만 나온 걸 보니


외식 중에서는 피자를 시켜먹는 게 그나마 쓰레기 배출량이 적구나. 알아채 본다.


그나마. 에 밑줄.




3. 2월 첫째 주 플라스틱 배출량



2월 첫째주 우리집 플라스틱 배출량


2021년이 시작되고 배출량이 최다이다.


오랜만에 퇴원하신 할아버지 댁에

반찬들을 사다 드렸고,

너무 많다고 일부 돌려주신 걸 먹으니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친구가 방문해서

끼를 둘이서 베트남 음식을 시켜먹었는데

어마어마한 플라스틱들이 나왔다...... 어쩔...



그 외에

- 무선 마우스가 들어 있던 이스

- 다 쓴 화장품

- 견과류 통

- 블루베리 통

- 구슬 아이스크림 통 등



두 달을 찍어보고 있자니 패턴이 보인다.



조리하는 행위를 집에서 하지 않

외주를 주면,

필연적으로 어마 무시한 양의 쓰레기가 따라온다.


간소한 집밥을 해 먹는 것은

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돈도 절약된다.


다만,

소박한 밥상을 차려 먹는 것은

'새해 운동'과 '다이어트', '영어공부'처럼 나에게는 매 결단이 필요한 주제이다.


눈만 뜨면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 이츠, 각종 밀 키트, 각종 새벽 배송

'그냥 사버려!' '그냥 시켜버!' 고 광고로 유혹한다.


집밥을 먹으려면

나의 노동이 다.


살림 게으름 쟁인 나는

그래서 반드시 '소박해야' 지속 가능하다.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매끼 50프로는 먹으려고 의식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라는 책에서 추천한 방식이다)


씻기만 하면 되는 쌈 채소들, 썰기만 하면 되는 파프리카, 오이, 당근, 토마토 등을 놓는다.



아.. 이런 것들은 편하다 편하다 편하다.

가볍고 신선하다.

설거지 거리도 없다.

접시를 물로 휙~한번 헹구기. .



소박한 (채식 지향) 밥상은

공부하고 실천할수록 나와 가족, 지구에게

비폭력적인 생활양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읽은 책, 소박한 밥상





4. 그 외에 지속하고 있는 것들



 -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 찍기

   (이번 주는 깜빡하고 찍기 전에 버려버림;;;)


 - 할 수 없이 데려온 비닐.  씻어 말려 다시 쓰기


- 플라스틱 쓰레기 되도록  사기

(오늘도 몇 백 원 더 비싼 종이 우유를 골랐다.

준이가 좋아하는 비요뜨를 고민하다가 안 샀다. 종이팩에 든 요구르트를 샀다. )


- 면 생리대를 전면적으로 시도한 첫 달

(세탁과 관련하여 시행착오를 좀 거쳐야 할 듯..)


- 내일 첫 출근길.

가방에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겼다.


(내일 제공될, 종이컵과 휴지를 안 써보려고 한다)


아. 부엌에 휴지 없이 한달을 살고 있구나.

뿌듯하다.



가방에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겼다.




5.  플라스틱인가?


세계 미세 플라스틱 오염 지역 순위
- 2위 : 한국의 인천-경기 해안
- 3위: 한국의 낙동강 하구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발췌>


자살률, 미세먼지 오염률에 이어,

이제 미세 플라스틱 오염 순위까지 메달 안에 들다니!


외국산 피하고 '국산' '국산' 고집하던 내가

제대로 바보였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을, 국산 조개랑 참치랑 굴이랑 먹고 다시 내가 먹는다.


이대로라면 한살림에서 비싸게  

독을 사게 되는 셈이다.



후아,,,, 알면 알수록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첨가제와 건강 악영향


할 말이 많지만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련다.


슬프다.

답답하다.

조급해진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어본 나는

이제 '설마~'라고 눈감아 버리지 못한다.


이번 겨울 유난히 많은 눈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니.

 

돌아가는 모든 꼴이 

픽션인 것 같은 논픽션이다.


이제 재앙 영화는 돈 주고 안봐도 되겠다.





5.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계속 당연하기를



내 아이가 서른다섯는 2050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또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국의 서해안과 동해안, 남해안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기를.

바로 잡은 회를 떠먹으며 신선하다고 호들갑 떨 수 있기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계속 당연하기를.


당연한 것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는 시대를 살.

당연한 것들에 대한 기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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