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다섯 살, 또 다른 심장이 생겼다.
“ 어우 시끄러워! “
보고 있던 TV가 갑자기 꺼졌다.
엄마가 끈 것이다.
내가 TV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놨다고 한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한 중이염으로 귀에 물이차고,
귀 신경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린 진단명
“청각장애 4급”.
엄마는 많이 우셨다.
마치 본인의 잘못이라도 되는 듯 자책하셨다.
그땐 몰랐다
앞으로 내게 감당해야 할 수많은 숙제들이 생길 줄은.
그렇게 5살, 또 다른 심장이 생겼다.
처음 착용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 귀에 맞는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차가운 석고 재질의 본을 귀안 깊숙이 떠야 했다.
그 차가움과 이물감은 이상하게도 안정감을 주었다.
자그마한 기계가 ’삐—‘ 소리와 함께
귀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야’
‘엄마 목소리 들려? 잘 들려?‘
웅웅웅—-
울림이 심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렸지만, 가슴이 꽉 막히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작고 여린 마음 안에,
세상을 살아갈 단단한 무언가가 자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