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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성장기

EP1. 내가 다른 줄 몰랐다.

by 세아




나는 청각장애인이다.


어렸을 땐, 이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다녔다.


귀 안에 착용한 보청기는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건 내 심장이야”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22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31살이 된 지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 다르다.


어쩌면,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도 그 차이에 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줄 몰랐다.


항상 붙어 있던 나의 가족, 친구들과 매일 보고 듣고 말하는 환경이 나의 청각에 적응이 되었던 것이다.


내 20대를 되돌아보았을 때 떠오르는 느낌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참 애썼다’이다.


익숙한 부모님, 친구들의 목소리와 입모양이 아닌 매일 새로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입모양에 적응하려 애썼다.


남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라면,

나에게는 ‘새로운 소리’가 곧 환경이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소리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일 보는 직장 사람들의 목소리에 적응이 되면 입모양을 읽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아듣는다.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더라도 ‘아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구나’ 감각적으로 알아채고 있는 것이다.


소리가 생각보다 내 뇌로 전송이 안될 때가 있다.


사람마다 제각각 말하는 스타일과 속도가 있지 않은가.


매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에 생각보다 바로바로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감각이 점점 좋아질수록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 나에게 느끼는 답답한 감정도 고스란히 느낀다.


아, 내가 청각장애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나의 장애로 인한 고충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점점 말수가 줄고, 나의 심장 같은 보청기를 가리게 되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스스로 다시 한번 극복해 보자 한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다.


지금 이 반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이 너무 가볍다.


내가 과연 얼마 만에 이 책을 쓸 수 있을까.


빨리 이 책이 완성되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물론 비 장애인인 일반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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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