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또 다른 소리를 향한, 나의 첫걸음
나의 학창 시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싸“ 였다.
주변엔 늘 친구들이 많았고
고맙게도 그 친구들의 신뢰를 받아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했다.
중학교 땐 문득 춤이 추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댄스부를 만들어
작은 무대에도 서봤다.
비장애인과 다를 것 없는,
제법 단단하고 당당한 아이로 자라왔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대학 진학’과 ‘성인’이라는 단어가 가까워질수록
내 안에 밀려오는 감정은
설렘보다 불안함이었다.
‘청각장애인인 내가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세상에 먼저 나가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청각장애인인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웨딩홀 하객응대,
카페, 패스트푸드점의 캐셔와 서빙업무까지.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나는 사람들의 말투, 표정, 분위기 속에서
’ 새로운 소리’를 익혀갔다.
그것이 또 다른 소리를 향한 나의 첫걸음이다.
우당탕탕- 웅앵웅앵
첫 시작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였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 사람들, 그 안의 나.
정말 쉽지 않았다.
말을 놓치고,
또 표정을 놓치고,
분위기를 놓쳤다.
나만 늦게 웃고,
나만 다시 묻고,
나만 우울해있었다.
결국,
“그만 나와도 된다” 는 통보를 받았다.
너무 슬펐지만,
예상했기에 울지 않았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좌절하지 않았고,
또 다른 일을 찾아 계속해서 부딪혔다.
하루가 지날수록
나는 조금씩 그 소리 속에 익숙해져 갔다.
익숙해질수록,
더 나아갈 자신이 생겼다.
작은 용기를 안고,
항공서비스 전공의 대학교에 진학했다.
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
더 다양한 소리들 속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나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깊은 반짝임으로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