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스마트 폰을 쓰시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큰 기계 화면에 쩔쩔매며, 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아이의 눈과 마음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집중하는 모습의 아버지.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아무래도 통화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 전화 기능이므로
주소록에 통화할 사람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메시지 기능.
피쳐폰과는 다르게, 내가 보낸 메시지에 이어 다른 이가 보내는 메시지가 함께 보이는
화면에 감탄하신다.
첫 번째 메시지 송신의 주인공은 엄마.
엄마에게 테스트 메시지를 보내며 자판을 누르는 방법과 전송 버튼 위치에 익숙해져 간다.
띵동~
'미안해요.'
엄마는 아빠의 첫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흥.."
장난스럽게 뾰로통해진다.
아버지는 자판의 획 추가 방법, 보내는 사람 번호를 찾기 위해 주소록을 여는 방법 등을
다시 확인하며 두 번째 문자를 보낸다.
'함옥순'
엄마의 이름을 적어 넣는 아버지의 모습은 서툰 문자 보내기 실력에 블러 효과를 준 것처럼,
내 앞의 시야를 부드럽고 화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시. 아빠는 테스트 문자를 보낸다.
틀려도.. 당신이어서 괜찮은 사람에게.
'함옥순. 사랑합니다.'
_201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