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치매라 불리는 병마와 마주하게 되었답니다.
어떤 순간, 그녀는 결벽증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같기도 해요.
생경한 그 모습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어요.
병원에 다니고 약을 드시고, 대화합니다.
가족들과 함께하려고 보드게임을 샀어요.
할머니가 너무나 잘하시던 뜨개질도 해보려고 좋은 털실들을 골랐습니다.
그녀가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절 가르쳐주시면서, 예전 훌륭하던 그녀의 손재주도 떠올리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쿠키랑 머핀도 굽고.. 드롭원두커피 향에 시렸던 가슴속 사정도 쓸어내려 보게 돼요.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것들, 만들어지며 태어나는 모든 것에
할머니가 다시 눈뜨길 바래요.
그녀의 환영 속에 사는, 까맣고 볼품없는 벌레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우리 그렇게 예쁘고 달콤하고 맛난 것들을 보며 살았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지나 이 글을 읽게 되었다.
정말 힘들던 나의 시절과 겹쳤던 할머니의 고통은
모든 것이 그렇듯.. 후회와 배움을 겹쳐 안고
껍데기가 소멸된 빛으로 하늘 어느 공간의 별로 안착했다.
_2013.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