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지구에 돌던 역병의 힘이 시들해지면서, 재택근무도 엔딩점을 찍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봐주고 있는 길고양이 '금동이'는 이제, 매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긴 겨울을 매일 살피며 지켜냈던 금동이의 겨울집을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치우고
봄여름집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얼마 전, 소리에 예민한 어떤 아파트 주민에 의해 순식간에 철거되었다.
밤새 우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못 잤다는 것이다.
금동이는 울음소리를 낸 그 어떤 길고양이의 대표가 되어, 집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 예민한 주민은 집이 있던 자리에 팻말을 꽂았다.
이곳에 고양이 집을 두지 말라는.
불행 중 다행은, 금동이 영역 근처를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금동이를 가엽게 여긴다는 것이다.
퇴근길에 금동이 집터에 있던 팻말을 발견하신 한 아저씨는, 그 팻말을 뽑아서 멀리 던져 버리셨다.
관리 사무실에서 한 일이라 생각하셨는지, 아파트 관리나 잘 하라며 같이 화를 내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동정이 그 누군가에게는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 사랑이 폄하되는 건 싫지만..
순간의 예쁜 모습만 바라보며 내가 주는 밥과 간식에 행복한 고양이라 믿고 싶어 하는 것은
편협한 나의 모습이다.
자기 영역에 있던 집이 없어지면서, 그즈음 학대 비슷한 것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동안 금동이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백 미터 거리에서도 밥 주는 이의 실루엣을 기억하던 똑쟁이 금동이는, 웬일인지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그리고 의기소침해진 듯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금동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예뻐해 준 이들과의 유대감 덕분에 다시금 목소리를 내어 밥을 달라 웅냥거리고
다리사이로 얼굴을 들이 밀어 체취를 묻히고.
볕이 좋은 시간에는 믿음이 가는 닝겐의 옆에서 배를 보이고 그루밍을 한다.
금동이의 시간은 정확히, 앞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