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 2017)

by 안녕스폰지밥

'루이스 -

만약 당신 인생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알게 된다면

무언가를 바꾸시겠어요?


이안 -

모르겠지만.. 아마도... 느끼는 걸 더 자주 말하려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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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루이스의 딸의 이름은 회문.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Hannah'인 이 이름은

어느 날 지구의 열두 곳에 비행선을 정박시킨, 외계 생명체 '햅타파드'의 언어 체계,

그리고 비선형적인 시간의 개념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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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적이지 않은 시간의 개념을 가진 외계에서 온 '햅타파드'.

인간에게 자신들의 언어를 '무기(선물)'로 주어,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현하려 한다.

그리고 그 선물을 통해, 앞으로의 3000년 안에 있을 자신들의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도움을 얻어

상부상조할 수 있는 길을 열려는 것.


이렇듯 햅타파드는 루이스에게, 미래의 일을 현재에 보여 주는 놀라운 능력을 주었지만

지구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 그녀는, 그 불운한 미래를 알고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남편 이안과의 사랑도, 한나(Hannah)의 태어남과 죽음도 막을 수 없었다.


선형적인 시간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지구에서 미래를 안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가득한 선택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루이스가 절대 막을 수 없던,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자식의 탄생과 그에 따르는 죽음의 고통마저

감수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다면.

다른 미래가 또 다른 선택과 결정을 강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능력은 '선물'이면서 '무기'가 된다.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외계 존재의 출현.

그 이질적 존재와의 심리적, 환경적 간극으로 인해, 지구인들은 분쟁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나 햅타파드가 루이스에게 준,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을 사용하여 다행히 통합의 기회로 돌아서게 된다.

하지만 그녀 개인의 역사에 있어서는, 가장 큰 행복과 절망의 정점을 미리 보여주는

'슬픈 행복'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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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카메라는 넓게 구도를 잡아 원경으로 외계의 존재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 방식은 초월된 존재,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이미지로서 외계의 비행선을 투영한다.


드뇌 빌뢰브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라는 영화에서도

원경 롱케이크로 이어지는 카메라의 무브먼트가 영화의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멕시코 국경을 넘는 미국 CIA의 긴 차량 행렬이 자연의 장중한 풍경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카르텔이 얽힌 엄청난 마약 범죄 사건의 현실 초월적 이미지를 제시하는 형태로 보여진다.


이렇게 우리는 숲의 이미지로 대상을 바라보는 전지적 시점에 있지만

한편으로 가까이는 볼 수 없는 초월적 대상에 대한 관망과 관음만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결말을 알든 모르든, 시간과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순간의 감정들에 충실하며

삶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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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

내가 기억하기엔,

내 머리엔.

온통 별에 대한 생각뿐이었어요.

그랬던 내가 가장 놀란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요?

그들을 만났을 때가 아니에요.


당신을 만났을 때에요.'


루이스를 향한 이안의 고백에서, 삶이 주는 순간의 완벽함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만났을 때.

우리의 사랑이 딸 'Hannah'를 만나게 해 주었을 때.

루이스는 결국 이 순간의 완벽함들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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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

널 막을 수는 없단다.

넌 정말 놀라워.

너의 시와 너의 모든 놀라운 일들을 세상과 함께 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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