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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이.(6)

나의 첫 번째 고양이가 집안에 들어왔다.

by 안녕스폰지밥

2022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한차례 혹한의 시간을 보내던 중

금동이가 드디어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느 때처럼 밥을 주고 '집에 가자.' 손짓하는 엄마의 뒤를 따라

순순히 아파트 현관까지 따라온 녀석.

2020년의 가을, 밥을 주고 돌아서는 엄마와 나의 뒤를 쫓아 현관문 앞에서

계단 통로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울어 대던 금동이는,

이제 우리 집안으로 들어왔다.


한 달이 지나고, 5~6일에 한 번씩 퇴근 후 만나게 된 금동이는

그 시간 동안 털세탁도 잘 해내었고, 발톱도 깎아 맹수의 탈도 벗었다.

그리고 흙먼지와 굳은살로 가려져 있던 발바닥에는 핑크색 살이 뽀얗게 올라왔다.

화장실 모래와 스크래쳐, 캣타워, 마따따비 쿠션 등등 살림살이도 늘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정된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얻었다.

아프면 걱정해 주고 병원에 데려가 주는 사람, 고양이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음식만 주는 사람.


자기 전에는 좋아하는 사람옆에서 기분 좋은 그릉그르릉 소리를 내며 이불에 파워 꾹꾹이를 한다.

아무 데나 누워도 따뜻한 바닥에, 다리를 벌리고 무방비 상태로 있기도 하고.


2~3년을 바깥에서 생활해 온 금동이가 큰 병치레 없이 우리의 가족이 된 건

다른 고양이들보다 큰 골격과 힘으로 사람들이 주는 질 좋은 먹이를 먼저 얻어내고

영역을 지켜온 덕이겠지.

하지만 코리안 숏헤어 특유의 작고 앙증맞은 발크기는 덩치와 비례하지 못하고 성장을 멈춘듯하다.

저런 작은 솜뭉치 발로 길거리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수없는 냥냥펀치를 날렸을 금동이.


다른 길냥이들과 영역 싸움을 하다, 콧잔등을 깊게 가르고 지나간 스크래치는

동네 일진 고양이의 영광의 상처가 되어 흔적만 남아있다.


이제 금동이의 콧등에는 내가 해 준 뽀뽀 자국만 가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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