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어 문장을 공부할 때마다 왼손 쓰기 연습을 해요.
왼손.
오른손만큼 소중한 나의 왼손이 소외되지 않도록 중요한 일, 행복한 일을 맡기고 싶고
또한 많은 일에 지쳐있을 오른손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어서예요.
키보드에서 숫자 자판을 칠 때나, enter 버튼을 눌러야 할 때
과자를 집거나, 국물을 떠 마실 때.
너무 어렵지 않은 일을 조금씩, 조금씩 맡겨보고 있습니다.
실지렁이처럼 종이 위를 활보하던 왼손 글씨들도 좀 더 또렷해지고 힘이 생겨가요.
자신의 영역을 알게 되고 필요한 의미를 알아볼 수 있게 하죠.
왼손에게 맡겼던 작은 일들. 오른손의 소일거리를 하며
언젠가 오른손이 너무 지쳐 녹다운 상태일 때
왼손은 그의 자리를 메꾸어 주고 원래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줄 겁니다.
우리 집에 사는 가족 중, 이제 가장 키가 큰 일원이 된 나는
화장실 선반에 있는 수건과 화장지 더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을 꺼내 쓰게 돼요.
의식을 담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배려로
누군가의 옆에, 곁에서 우리는 살아가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