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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의 앞날.

by 안녕스폰지밥

우리 동네에는 마스코트 견이 있어요.

이름도 참한 보배예요.

남자인데 이름처럼 침착하고 현명한 "완소견"이지요.

얼마 전 북실한 털들을 정리하고 이렇게 깔끔 동안으로 변신했답니다.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가 7년 넘게 키워 온 개인데.. 이사를 가는 곳에 데려갈 수 없어서

다른 이에게 보내시기 전에 예쁘게 가라고 보배인생 처음으로 이발을 한 거예요.


보배는 낯선 사람에게 끌려갈 뻔한 적도 있었고, 나쁜 아저씨한테 맞아서 상처가 난 적도 있어요.

동네 곳곳을 구석구석 다니다가 길 잃은 개를 할머니랑 같이 사는 집까지 데려오기도 했데요.

대로에 차가 지나가면 얌전히 섰다가 천천히 건널 줄 아는 똑똑한 녀석인 데다

할머니에게 온 충성을 다 받쳐요.


참, 그리고 보배는 무엇보다 진심과 두려움을 파악하는 현명한 개예요.

보배가 이쁘고 대견하지만.. 사실 전 거의 길에서 생활하는 보배를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엄마는 보배를 진심으로 기특해해요.

그래서 '보배야~' 하면 꼬리를 살랑살랑이며 엄마가 쓰다듬어 주는 손을 느끼곤 하죠.

전.. 그럴 때 거의 보배를 쓰다듬은 적이 없어요.

그러다 어느 날 엉거주춤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그 순한 보배가 '으르렁' 하는 거예요.

아.. 온마음으로 끌어 앉지 못한 사람을 보배도 아는구나.

자기에게 진심을 준 사람을 보배는 현명하게도 알아보는 거야.

조금 서운했지만 전 그래서 깨달을 수 있었어요.


보배가.. 그런 특별한 강아지 보배가 언젠가 동네 한쪽에서 다시 보기 힘들어지는 날이 곧 다가오고 있네요.

꼭 좋은 사람들이랑 잘 지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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