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쓴다는 것.

by 안녕스폰지밥

글을 쓴다는 건. 그냥 쓰는 것이다.


어린 기억에 필독서를 읽고 칸막이가 빼곡한 원고지를 채워가던 시간이 꽤나 처절했던 걸까.

따뜻한 커피와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고

이른 저녁 모두 잠자리로, 공부방으로 돌아간 시간.

스탠드를 들고서 주방 탁자에 놓고 원고지를 펼쳤었다.


쓴다는 것. 그건 이렇게 그냥 쓰는 것이야.

반짝이는 문장에의 구애는 그냥 이리 끄적이다 순간 마음을 열고.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금 다가와 앉아 있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큰 흐름이 반짝반짝하기도 하면서, 숲이 주는 광대와 겸허함이

볼품없고 말라 비튼 랜덤 잎사귀들을 가리는 것이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아니며, 반 고흐가 될 수 없지.

흔들리는 모든 존재에 예민한 신경을 곤두세운 자들에게 삶은 어떤 형태로든 반짝이지만

그 반응의 형태와 모양 또한 같을 수 없어.


나는 나여야 한다.

문득, 의식이 새벽을 열었다. 그냥 쓰고 싶다고 했다.


"글을 쓴다는 건 괴로운 일이야. 일상의 대부분이 거기에 미쳐 있어야 하고, 날카로워져야 해."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며 좋은 글을 쓰기 두려운 마음을 서툴게 포장했었다.

모서리가 안 맞아 삐져나온 포장을 뜯고 그냥, 이렇게 쓴다.

껍데기를 발라내고 이제는 칸막이 빼곡한 원고지의 구속 없이도

새벽을 스스로 여는, 그냥 쓰고 싶은 마음에 감사해.


img_0920_pearce35.jpg?type=w2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배의 앞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