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무언가.. 붙잡을 수 있는 형태의 글을 쓰는 이가 부럽다.
섬섬옥수처럼 보드랍고, 조심스레 살피는 디테일의 중요함에 앞서
담대하게 견고한 틀을 이어가며 시간이 흐를 수록 전신의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바디라인을 가진 이야기에 흥분하게 된다.
말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지고, 온 몸이 부서져 내릴듯한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결국, 언젠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야 마는.
'그' 시절에는 각자의 가슴에 피멍이 들며 살아 낸 이야기들.
먼산 너머 또는 너른 강 어딘가를 멤도는 감정을 휘어잡아 지금여기로 가져오고 싶다가도
슬픔이 심장을 통과하며 즈려 밟은 흉곽의 상흔을 대면하고 나면 주춤하고 말던 내가
같은 슬픔을 공유해 본 사람이 '여기' 있다고 먼저 말하며 다가서는 것.
나와 타인의 혈전개선을 더불어 돕는 마음이 담겨야 붙잡을 수 있는 형태 즉,
구조화된 이야기가 쓰여진다.
구조에는 힘이 있다.
광폭화된 기세로 한방에 '극딜'을 쳐박는 분노마저도 결국
서서히 온전히, 전신을 감아돌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저릿하게 감싸는 슬픔의 품안에 녹아든다.
내가 가진 슬픔의 틀을 숲을 관망하듯 거리를 두며 살필 수 있다면
순간 순간의 분노에도 절박한 힘이 생긴다.
본래 풀충전 F였던 나는 어느사이 부지불식간에..
철저하게 마음을 다쳐얻은 '경험'이라는 훈장을 달고
생존형 T의 모습으로 이렇게, 여기에 있다.
나와 세계를 관망하며, '관조'하는 나날이 하루하루 더해지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