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에서 현재의 나는 잊혀졌다.
혼자있기에는 썰렁하고 넓은 22평 분당의 구형 오피스텔에 누워있는 나는,
이케아에서 사 온 부엉이 무드등을 켜고 칠흑의 어둠을 밝힌 여린 빛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
꿈 속의 나는, 과거의 나를 소환해 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꿈에서 잠시 깬 찰나의 순간
연인과 결혼, 아기의 이벤트도 순삭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나를 향해
잠시나마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 후 다시 스며든 꿈에서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내 삶의 궤적을 꾀어낼 듯 들여다 본 스승으로 추정되는 이가 등장했다.
나는 일련의 과제를 이름모를 그 스승에게 제출한 상태였다.
아마도 특정 과목이 아닌, 인생 전반에 대한 과제 수행 결과를 알리는 자리였다고 해야할까.
곧이어 받게 된, '인생 수행 평가'의 결과는 참담했다.
스승은, 많은 시간과 되돌아감의 오류 속에서도
깨닫지 못하고 일정이상의 성과에서 멀어져 간 나를 책망하고 있었다.
그는 실망하기까지 한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코멘트를 남겨 놓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현실같은 꿈의 세계로부터 의식을 깨운 후
복잡한 감정까지 함께 붙들어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침잠하는 감정의 수도꼭지가 느슨하게 풀리고 있었다.
울기 시작했다.
일정부분은 인정할 수 밖에 없어 흐르는 눈물이었다.
그래도 곁에 남편과 곧 태어날 아기가 존재한다는,
스스로 만든 결과에 대한 안도감이 함께하는 눈물의 의미가 더 컸다.
여전히 이른 새벽.
갑자기 깨어나 폴더 자세로 침대 끝자락에 걸터앉아 있는 나의 옆에는,
내 얼굴을 살피는 그가 있다.
이유를 묻지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이가 있는 현실이
지금, 여기에 있다.
_2024.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