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움직임.

by 안녕스폰지밥

어쩌면. 인생 단 한번 주어진 '태동'을 느끼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차분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 더 크고 분명히 느껴지는 뱃속 움직임.

내가 나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들.

심장을 비롯해 인간이 가지는 모든 몸의 부분들과 마음이 두배로 밀착되어 느껴지는 시간.

이 특별한 순간들이 올해 말을 기점으로 사라지기 전 충분히 느껴보려 한다.


임신 초기 '튼튼이'의 움직임은

물고기가 기포를 일으키며 휘리릭~ 헤엄쳐 지나간 자리에

잔물방울이 통글통글 터지는 느낌이었다.

중기를 넘어선 지금

무른 복숭아 속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존재감 있는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후기를 달려가는 현재,

고개고개 산등성이를 주르륵 미끄러지는 구렁이 한 마리의 묵직한 움직임이라 해야 할까.


배 안쪽에서 손이나 발로 지그시 누르며 공간을 감지하는 너의 타이밍에는

특히 배꼽 주변을 누를 때에 오묘하게 방광이 아리다.

자궁 안이 머무르기에 넓은 공간은 아니겠지.

힘 있게 확장을 피력하는 너의 의사표현에 살짝 식은땀이 날 만큼 현기증이 나기도 해.


뱃가죽을 누르며 배꼽과 옆구리 이곳저곳 지그시 훑고 탐색한다.

자궁밖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 가냘픈 빛이나 동굴에서 들리듯 울리는 소리들로 느껴지고 있겠지.

스스로에 대한 사랑으로 몸집을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튼튼이의 건강한 자의식이 탯줄을 타고 거슬러 오르며 온몸에 진동한다.


그에 반해 현재의 순간을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인식하는 스스로를 돌아볼 때면

뱃속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오기까지 남은 두어 달 정도의 시간을

두려움과 고통의 감각에 대부분 할애하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아름다움만 보면서 약간의 긴장감만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기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의 심도를

심장을 매일 까마귀에게 쪼아 먹히고 재생하기를 반복하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만큼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아.

처음 그 무엇을 경험할 때의 새로움이 몸에 닿아 마음까지 전율케 하는 너의 모든 순간, 그 시작에

나와 너의 아빠가 함께할 거야.


눈물이 비처럼 내리는 순간에도

웃음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날에도.


_2024.10.20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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