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만난 두 개 녀석들.

by 안녕스폰지밥

태아 검진 휴가날의 아침.

남편이 출근한 후 미적거리지 않고

선크림과 비비크림까지 덧바르고 외출옷을 입었다.

부지런을 떠는 첫 번째 이유는,

튼튼이가 태어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동안 해오던 독서와 글쓰기를 좀 더 바짝 해놓고 싶어서다.


새벽녘 남편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두어 시간 설치는 동안

헛되게 보내기 싫어 블로그에 화장품 리뷰를 하나 올렸다.

더불어 얼마 전 도착한 스팀 청소기의 사은품을 '겟'하기 위해 쿠팡에 리뷰를 남기고

sns 게시와 해시태그한 이미지 캡처, 카톡 이벤트 참여까지 고루고루 바삐 업로드했다.


버려질 수도 있었던 '피곤'이라는 기억의 조각들 사이에

어떤 생산적인 작업을 집어넣었다는 뿌듯함은

곧 이어지는 아침 시간, 이렇게 글을 쓰며 계속된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까지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피로를 회복하고 나니

원래 하루를 시작하고자 했던 오늘의 그 지점.


그렇게 텀블러를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쿠폰으로 구매한 디카페인 플랫화이트를 따끈하게 담아 오며

아침 산책을 하던 각기 다른 주인의 두 마리 강아지들을 마주했다.


처음 만난 강아지는 인자해 보이는 아주머니와 함께 나선 포메라니안.

귀염뽀짝한 크기의 옹기종기 걷는 네 발로 나무 옆에서 쉬야를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나선 산책길에 붓기가 완연한 강아지의 작은 얼굴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빛바랜 갈색 털 속에서 더욱 애틋해 보였다.

여유롭게 쉬야를 하고 천천히 자리를 뜨는 모습에서 나이에 대한 가늠을 비롯한

마음의 연륜마저 느껴진다.


그런 귀여운 존재를 지나치며 살고 있는 오피스텔 로비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또 다른 아침 산책 길의 강아지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쌀쌀한 11월 말의 날씨에 어울리는 패딩을 입고

뽈록하고 풍성한 엉덩이 털에 비해 늘씬하게 빠진 네다리를 통통 튀기며

기분 좋게 걷는 진도 믹스견이었다.

어떤 강아지는 타고난 미니멀 사이즈와 곰인형 같은 외모로 귀엽고

또 어떤 경우는 이렇게 뒷모습만으로도 경쾌하고 귀여운 아우라를 뽐낸다.


그것이 반려동물이란 존재의 매력이겠지.

'난 귀여워. 사랑스러워.'

이런 표제의 자의식 없이 본능적으로 뿜어 나오는 자태만으로 순수한 매력을 흘린다.

그들은 그렇다.

얕고 잦게 부유하는 생각과, 눈치를 챙기다 부자연스러움의 늪에 빠져 버리곤 하는

나와 같은 인간의 불순함을 더욱 탁해 보이게 하는 그들의 맑음.


오늘 다시 한번 아침부터 그 사실과 마주한 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갈길을 가는 두 개 녀석의 앞모습과 뒤태에 마음을 일순간 뺏겨버린다.


2024.11.22.


포메라니안01.jpg

_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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