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레임.

by 안녕스폰지밥

출산휴가로 보내는 마지막 세 번째 달. 공짜 월급을 받는 마지막 날이 하루 남았다.

오랜만에 들른 친정에서는 언니가 보내온 프리지어와 장미향이 그득하다.

여느 때처럼 인스턴트커피가루에 여유롭게 물을 타는 아버지가 정정히 계셔주시고

어머니는 내가 벗어 놓은 수유 나시를 빨아 주신다.


결혼과 출산 후, 몇 달 만에 찾은 친정집에서 찻상을 펴고 드디어 글을 쓰고 있다.

주말 이틀을 낯선 환경에서 보낸 나의 갓난 아가는 '베이비뵨'이라는 마법의 흔들의자에 누어

잠든 지 두 시간이 흘렀다. 양껏 먹인 후 흔들의자에 앉혀놓으면 응아도 하고, 딸랑거리는

인형들을 작은 손으로 슬쩍슬쩍 만지다가 때로 툭툭 쳐내며 놀곤 한다.


삶의 모든 것을 수월하게 이루어 주는 마법의 의자가 있다면..

아니, 애초에 없다는 걸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행복한 거 같다.


어젯밤 세네 시간의 수면 후, 기저귀를 갈고 선잠으로 새벽시간을 설치며 보낸 아가는

오전 시간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를 쩔쩔매게 하고는 이른 맘마를 먹고 응아를 했다.

보채고 울기 직전으로 찡찡대는 아가는 삶의 공간이란 영역에서 가장 어리고 순수한 자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막강한 권력을 얻는다.

나란 엄마는 낯선 환경에서 또 다른 낯선 권력에 휩싸인 아기를 본다.

그리고 독박육아를 할 때보다 더 마음이 불편해지고, 허리와 무릎은 뻑뻑한 고통을 호소한다.


베란다 창밖너머 피어나기 시작한 3월의 목련과, 집냥이가 된 후에도 지나가는 길냥이와 여전히

눈싸움 중인 나의 고양이 금동이. 그리고 빨아 널어놓은 수유나시 너머로 베이비뵨 흔들의자에서

단잠에 빠진 나의 아가.

서툴러도 조금씩 평화롭게 겹쳐져 드디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온, 나의 그림이다.


_2025. 3. 24~27.


20250324_225654.jpg 2025. 3. 24.


모든 건,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다. _202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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