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라는 이름.

by 열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우리의 일상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벚꽃나무 아래를 총총 걸어오는 아이들과 함께,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네 살짜리 아이들과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계단 아래 잠시 앉아 쉬었다.

아이들은 이곳저곳에서 열매 껍질과 자기들만큼이나 작고 깜찍한 열매들을 모아 소꿉놀이를 했다.

혹시 나무 껍질이 부서지진 않을까, 열매가 터지진 않을까 작은 손길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자연에서 난 귀여운 존재들을 나무 그릇에 고이 담았다.


그때, 시온이가 등 뒤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선생님, 하얀 옷 입으니까 엄청 예쁘다!”

그러곤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은 스르륵 녹아내렸다.


“시온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시온이는 조그만 열매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자, 선물이야.”


내가 시온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자, 시온이가 말했다.

“이제 선생님 이름은 열매야.”

내 귓가에 맴도는 그 한 마디가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나는 시온이에게 말했다.

“그래! 선생님 이름은 ‘열매’. 선생님 그 이름 참 좋아해.”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그래, 나는 누군가의 사랑의 열매야.

누군가의 수고와 정성으로 자라난 존재.

그러니 오늘, 내 앞의 작은 열매들도 귀히 여겨야겠지.'


문득 내게 맡겨진 작고 여린 열매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디 보자, 나의 작은 열매들은 잘 자라고 있나?’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 마음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그날도,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열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