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새로운 실험 "우리 동네엔 수포자 없다."

마을수학센터 이야기

by 열매

작년 9월 24일 아침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하는 마을공동체 수학학습지원센터 구축 사업 소식을 접했다. 이 단체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인 최수일 선생님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였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과 조화를 이뤄 매일의 학습 내용을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다음날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갈 준비를 하도록, 마을공동체가 돕는 것이 핵심이었다.


목표는 한 명의 아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책임교육, 또 동시에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내 심장은 이미 뛰고 있었다. 이제 곧 첫 마을공동체를 신청하고 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한 마을당 6개월이면 된다는 말에 '아! 이 프로젝트는 우리 마을에서 해야 한다!'라며 무릎을 탁 쳤다. 그렇게 우연히 접한 글은 급물살을 타고 우리를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모인 7명의 마을 활동가들은 올해 1월 5일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최수일 선생님과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동네카페 회의실에서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다. 우리는 7주간 수학 자기주도 학습 지도 방법, 수학 교육 과정 등을 학습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학의 중요 개념 정리와 성질들을 연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3월부터 시작된 마을의 수학 동아리 활동에 총 17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첫 수업에서 반 이름과 약속을 아이들과 의논해 정했다. 수업 후 채팅방에 각 반 이름이 올라왔는데, '위레카반: 위스테이 유레카!', '아인슈크림반: 아인슈타인+슈크림', '최수일반: 최고의 수학자 일등반' 등이었다. 참 개성 넘치는 이름들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나의 마을 별칭인 '밀크티!'를 부르며 환대해 주곤 한다. 수업 중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모습이 고마웠다. 우리는 여전히 문제 앞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경험하지만, 실수를 통해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 참으로 값진 시간들이었다.

최수일 선생님은 "학교든 가정이든 모든 아이를 우리 아이처럼 돌보는 사회를 꿈꾼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은 수학책임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게 미션"이라고 했다.


'혼자서 열 걸음을 가기 위한 공부보다, 여럿이 함께 걷는 한 걸음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게 된 것은 내가 위스테이에 살며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이전엔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한데 그럴 때마다 곁에서 "나처럼 해봐."라고 말하지 않고, "나와 함께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스승들'이 내 이웃들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장을 펼쳐준 조합과 '스.깨.아', 그리고 우리들의 수학 스승 최수일 선생님과 아이들, 배운 것을 함께 실천하려 애쓰는 마을활동가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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